[유영만의 體認知]<266>잔머리와 양다리: 두 절친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협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사람들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길거리`에서 시도하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로 고민만 하거나 계산을 하면서 유리한 입장에서 기득권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상한다. `잔머리`를 많이 굴리는 사람일수록 `골머리`를 앓는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머리만 굴리기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이다.

골치가 아프면 머리에 열이 난다. 열이 나는 머리를 식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이 주로 쓰는 전략이 `양다리`다. `양다리`를 걸어놓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고민의 `끄트머리`가 보이지 않고 골치만 아프다.

`길거리`에서 `이리저리` 시도하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에게는 `마무리`가 쉽지 않다.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마무리`, 그것도 자기편의주의적이고, 자기 편향적이며, 자기편파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끝맺은 찝찝한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잔머리를 굴리면서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은 주로 자기 이익에 혈안이 된 사람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은 본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자생존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도 있다. 첫 번째 적자생존의 의미는 적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메모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두 번째 적자생존(赤子生存)의 의미는 적자(赤子)를 봐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인관계에서 내가 좀 손해를 보는듯하게 인간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법이다.

이해타산을 따져 반드시 이익이 되는 일만 하려는 사람에게 사람은 그다지 많이 어울리지 않는다. 많이 베풀고 나눠줄수록 더 많이 생기는 법이다. 물질이나 돈을 나누는 것만이 나누는 게 아니다. 마음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지식은 나누면 나눌수록 그 가치는 배가되고 폭증한다. 지식은 그래서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사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식이 많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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