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톱 크기의 네모난 플라스틱 칩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이 다기능 소비재로 부상했다. 이전에는 휴대폰을 개통하면 그 안에 포함된 하나의 부품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단말기 자급제와 알뜰폰(MVNO) 확대 등으로 선불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소비자가 직접 유심만 구입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유심 구매, 알뜰폰이 견인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심 구매를 통해 가입하는 선불 이동통신요금제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150만명을 넘어서 152만6000명을 기록했다.
MVNO 사업자의 선불 요금 가입자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이달에만 전체 증가분 중 90%를 MVNO 사업자가 차지했다.
한 MVNO 업체 관계자는 “MVNO의 저렴한 통신요금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선불 유심 구매를 문의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단말기자급제 도입으로 해외에서 원하는 단말기를 들여와 유심은 따로 구매해 쓰는 가입자도 꽤 된다”고 말했다. 선불요금제 가입자 수는 올해 상반기 중 2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MVNO 사업자 온세텔레콤은 최근 아이폰5에서도 쓸 수 있는 나노유심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급제용 아이폰5를 구입한 사용자는 나노유심을 구하기 쉽지 않아 기존 마이크로 유심을 잘라 쓰는 등 불편을 겪어왔다. 온세텔레콤 관계자는 “MVNO에 관심 있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유심상품 다양화에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GS25등 편의점이 유심 판매와 개통까지 하는 일종의 대리점 역할을 맡으면서 유심 직접 판매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가 스마트폰 비중 확대로 늘어나는 중고폰 사용도 유심 판매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계속 진화하는 유심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유심은 기능별로 컨택트(Contact) 유심, 콤비(Combi) 유심, LTE 유심 등으로 나뉜다. 크기별로는 일반, 마이크로, 나노로 나눌 수 있다.
기존 통신사가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의 단말기에 삽입해 제공하는 것이 LTE 유심으로 가장 점유율이 높다. 이 LTE 유심 속에 들어가는 기능은 계속 늘어나 기본적인 사용자식별·통화·문자 기능 외 연락처·문자메시지와 신용카드·신분증·교통카드·도어락 등 근거리무선통신(NFC)에 기반한 부가 기능 정보가 모두 유심에 담긴다.
유심 생산 전문기업 코나아이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지갑 등의 서비스가 늘면서 유심 속에 담기는 기능이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심 메모리 용량도 이에 따라 증가해 3세대(G) 유심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주로 3G 위주인 알뜰폰·선불요금제에 쓰이는 유심은 컨택트 유심으로 사용자식별·통화·문자 등 기본적인 기능만 담는다. 새해 `LTE 알뜰폰`이 본격화되면서 LTE 유심 직접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불 요금제 가입자 수(자료:방통위·업계)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