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올 상반기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
지난해 22나노 공정으로 바꾼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14나노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 해는 설계 변경, 다음해는 미세 공정 전환으로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끌어올려온 `틱톡 전략`을 전면 수정한 셈이다. 삼성전자 등 후발주자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인텔은 5월부터 중국 청두 공장에서 14나노 미세공정을 적용한 CPU 생산에 돌입한다. 초도 물량은 300㎜ 웨이퍼 기준으로 500~600장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공정은 극자외선(EUV) 대신 쿼드러플 이머전으로 생산한다. 이 방식은 기존 20나노대 더블패터닝 공정에서 마스킹수를 늘려 10나노대 회로를 구현한 노광 기술이다. 반도체 생산 단가가 올라갈 뿐 아니라 제조 공정도 길어진다.
ASML이 EUV 장비를 출시하면 공정 전환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EUV 공정 도입을 위해 지난해 네덜란드 노광장비 업체 ASML에 15%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인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챈들러에서 14나노 반도체 샘플 테스트를 진행했다. 챈들러에서 사실상 공정 표준을 정한 후 해외 공장으로 확산하는 게 인텔의 공전 전환 프로세스다. 청두 공장이 안정화되면 말레이시아 페낭 공장도 곧 14나노 반도체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2나노 공정을 적용한 아이비브릿지의 인풋아웃풋(I/O) 수가 6000개인데 반해 14나노 제품은 4만개에 달한다. 서버용 CPU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아이비브릿지에 비해 연산·그래픽 처리 속도를 2~3배 높이고 저전력을 구현했다.
업계는 일텔의 최초 14나노 양산제품이 해즈웰 후속 모델인 `브로드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비브릿지 후속 제품인 해즈웰이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후속 모델 생산을 준비하는 셈이다. 인텔이 설계와 공정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전자·퀄컴 등 경쟁사들은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8나노 공정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4나노 조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에 집중하면서 인텔과의 기술 격차는 매년 빠르게 줄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텔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인텔이 더 이상 틱톡 전략을 고수할 수 없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최근 공개된 해즈웰 보다 클럭 수는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며 “전력 소모 및 발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