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역작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가 국내 번역돼 출판됐다.
대학교육과 취업 등을 위해 넓은 세상으로 나온 20대 젊은이들, 자유와 사생활 보장을 위해 기꺼이 더 비싼 집세를 지불하는 직장인들, 적당히 골라 결혼하지 않고 자기 경력과 생활방식을 지키려는 청장년 독신자들, 결혼이 행복이나 안정을 보장한다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이혼한 남녀들, 친구 또는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혼자 사는 편이 낫다는 노인들.
대도시가 번성하는 현대사회에서 `혼자 살기`는 예외가 아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1인 가구의 증가 추세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독신 인구의 증가가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상당히 뚜렷한 변화를 동반한다고 밝히며, 이 솔로 인구들이 생각 이상으로 사회적·생산적·시민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를 흔히들 사용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인간관계와 서비스를 충족하는 솔로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관계 전체가 느슨해지기보다는 더욱 촘촘해지고, 새로운 개념의 사회 현상들이 더욱 빈번히 발생함을 흥미롭게 설명해나간다.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뜻밖의 통계와 1차 자료를 제시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초상화를 그려내며, 전통적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박하면서 혼자 살기가 현대 도시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혼자 살기`는 문화와 비즈니스와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전통적 지혜에서는 혼자 사는 일이 고독과 고립을 초래한다고 보지만, 클라이넨버그는 연령과 계층이 다양한 남녀와의 300회가 넘는 심층 인터뷰를 거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사교생활을 활발히 하고 시민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기혼자들에 비해 외식과 운동을 더 자주 하고, 미술 또는 음악 강좌를 자주 듣고, 공개행사와 강연과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한다. 독신이지만 누군가와 동거하는 사람들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도 있다. 또 미국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넓은 교외주택보다 도시의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1인 가구의 생활방식이 가족의 생활방식보다 친환경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 미디어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의 세계에서 혼자 살기는 자아를 발견하고 좋은 벗들과 함께하는 기쁨을 아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들의 생활상과 욕망과 미래가 그려내는 지형도가 곧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다. 이들이 사는 세상에서 곧 우리가 사는 세상,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보인다.
정리=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