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에 행복 주는 서비스 할 것”
"No expression, No existence. 표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의 존재 조차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의 연결을 통해 나를 확장시키고 나를 알아가는 IT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모바일앱 개발사 레디벅(Ladybug)의 대외 비전이자 김천일 대표의 좌우명이다. 타인과의 소통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오랜 지론을 앱 속에 녹였다.
김천일 대표는 2002년 모바일 벤처 옴니텔에서 방송 사업을 맡으며 모바일 업계에 첫 발을 뗐다. 이후 KTH로 옮겨 무선망개방서비스, 매직앤 등 KT의 굵직한 모바일 서비스를 담당했다. 그러나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향한 넘치는 아이디어와 열정은 그를 다시 벤처로 내몰았다. 2010년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다. 인터넷과 SNS를 손안에서 가능케 한 3.5인치 전화기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바뀌는 공기를 느꼈습니다. 이제 다른 생각으로 다른 서비스를 해야 했습니다. 일종의 소외감도 느꼈구요. 가족과 선배들의 만류에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심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결국 2011년, 지온네트웍스의 자회사 모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안드로이드 OS를 중심으로 앱 추천 서비스 `앱순이`와 스마트폰 화면을 제공하는 `HD무료배경화면`의 이름이 알려진 것도 이 때 쯤이다.
2012년 1월 레디벅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사옥을 옮겼다. 무당벌레란 뜻의 레디벅은 행운과 익충을 상징한다. 이 길(吉)한 곤충처럼 협력사와 사용자에 행복을 주는 회사가 되고자 했다. 3색 날개를 다소곳이 접은 무당벌레를 로고로 삼았다.
레디벅 앱은 `라이킹(LIKING)`이란 단어로 대변된다. 라이킹은 취향과 좋아함을 뜻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친구와 공유하며 이야기 하라는 의미다. 하트모양의 말풍선을 단 레디벅의 모든 라이킹 앱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레디벅 간단 로그인을 통해 통합 운영된다. 앱 소개 `앱순이`로 시작된 라이킹 시리즈는, 게임 공유 앱 `겜순이`와 감동의 한 줄 문구를 공유하는 `책속의 한줄`로 이어졌다. 올해 육아와 음악 등 여러 분야의 라이킹 서비스를 추가로 론칭할 계획이다.
레디벅은 작년 가을 `앱랭커`를 출시하며 한 발 더 도약했다. 스마트폰 앱 전문 통계분석 서비스로, 레디벅의 유일한 웹 기반 플랫폼이다. 10만명의 안드로이드 사용자 패널을 바탕으로 연령층과 성별에 따른 DAU(Daily Active User/일간방문자), 사용률을 제공한다.
의외로 자사 콘텐츠의 방문통계조차 쉽게 알기 어려운 것이 모바일 앱이다. 지난 주의 고객이 이번 주 떠나지는 않았는지, 어떤 연령층의 사용자가 주로 이용하는지 등의 실질적인 정보는, 개발사에 꼭 필요하나 접근하기 어려운 데이터다. 경쟁사 동향 같은 고급 정보는 말할 것도 없다. 앱랭커는 개발사와 사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모바일 앱 개발사로서 이용자 피드백은 특히 중요하다. 업데이트나 버그 수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이용자의 손길도 끊긴다. 김천일 대표는 이를 위해 `린 스타트업`을 모토로 삼았다. 에릭 리스가 창시한 저비용 고효율 기법으로,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디벅은 이를 토대로 핵심기능만을 담아 출시 후 이용 성향과 동향을 빠르게 학습,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고도화 하는 프로세스를 택했다. 지속적 혁신을 통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함이다.
"중소 규모의 회사는 달라야 합니다. 직원 경영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기업 대리와 스타트업 대리가 똑같이 일하면 안되죠. 넓게 경험하고 깊게 생각해야 우리만의 내공을 쌓을 수 있습니다."
김천일 대표의 직원 경영 마인드는 확고하다. 직원들이 업무와 함께 성장하며 발전하길 바란다. 전사적 독서장려나 2주마다 강연과 다큐멘터리 감상 등을 함께 하는 `레디벅 컬쳐데이`는 이런 지침의 일환이다. 레디벅 임직원 모두가 페이스북 그룹방에서 공유하는 일상은 수평적 기업문화로의 발돋움이 되고 있다.
레디벅은 올해 40억원을 매출 목표로 잡았다. 작년 매출의 두 배 수준이다. 30명 규모의 모바일 앱 서비스 업체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레디버깅(Ladybug + ing) 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늘 오류 수정 단계(디버깅/Debugging)란 마음가짐으로, 업무 프로세서 자체를 바꿔 나가는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중소 업체이기에 가능한 말 같지만, 한 업체의 장(將)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마인드다. 김천일 대표가 이끄는 레디벅의 또 다른 변화가 기대된다.
이종민 기자 lj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