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산업진흥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놓고 논란이 커진 가운데 합의가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 기능만 방통위에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규제와 진흥 분리는 정책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에서 거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독임제 부처에 적합한 기능과 합의제 위원회에 적합한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현재 방통위 기능이 대부분 미래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흥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책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세트로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규제와 진흥에 대한 분리가 어렵고, 방통위 기능을 분리하면 또 다시 미래부와 방통위가 경쟁하는 두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방통위 기능을 미래부로 옮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가 공영방송 관련 사안, 미디어여론시장 조사, 인허가 사업 승인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은 합의제 기구에서 다원적 의사결정으로 풀 수 있도록 방통위에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민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지, 장관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인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현 방통위 기능 중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 등이 민주적 합의가 필요한 업무이고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미래부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통신서비스 개발과 확산, MVNO 활성화 정책, 통신 주파수 할당, 인터넷 정책 등의 업무는 위원회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 불필요한 위원회 논의 절차로 정책 추진만 지연될 뿐이다. 반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지배구조 개선 등은 민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정책방향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나라가 정부기관 성격을 규제와 진흥으로 구분하지 않고, 정책개발(policy maker)과 규제집행(regulator)으로 나눈다. 정책개발 기관이 결정한 정책을 규제집행 기관이 추진하는 형태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나타난 개선사항은 정책개발 기관에 의견서 등으로 전달하며 협력한다. 프랑스 통신정책을 개발하는 정보통신부와 규제를 집행하는 통신우정청과 시청자규제위원회가 이런 모델이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