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여 눈 쌓이는 소리는 들어보자"-겨울철 캠핑을 떠나는 이유

밤이 깊어져야 별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처럼, 겨울은 눈이 내려 온 대지가 하얗게 뒤덮여야 제 맛이 난다. 강추위가 이어지는 요즘 사람들은 왜 따뜻한 방을 놔두고 찬바람이 부는 캠핑장으로 떠나는 걸까. 대부분의 캠핑장이 도심이 아닌 산자락 아래 위치해 있기에 그만큼 더 춥다. 또한 꽁꽁 언 땅에 텐트를 고정하고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Photo Image

사실 한파에 얼어버린 땅에는 텐트를 고정할 펙을 설치하기도 힘들며, 때론 강한 바람에 설치한 텐트가 무너지기도 한다. 게다가 밤새 텐트 안을 할퀴고 지나가는 찬바람과 차디찬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다. 따라서 캠핑 초보자에게 겨울철 캠핑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며 때론 하룻밤의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겨울철 캠핑은 경험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고수라 해도 밤새 추위와 싸우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에게 겨울은 따뜻한 방과 뜨거운 국이 생각나는 시기다. 하지만 겨울철 캠핑에는 따스한 방을 잊게 만드는 난로의 열기와 새록새록 피어나는 화롯불의 추억, 그리고 텐트 위로 내려앉은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는 낭만이 있다.

밤새 소복소복 텐트 위로 쌓이는 눈의 노래는 캠핑장에서는 잠시 귀를 쫑긋 세우기만 하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다. 다만 캠핑장에서는 자동차의 경적이나 엔진의 소음, 도심의 시끌벅적한 아우성이 없기에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깊은 밤 텐트 안으로 들려오는 눈의 속삭임은 바쁜 일상에 지쳐버린 마음을 풀어주고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해준다. 또한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녹여주는 화롯불 열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과 아내와 남편의 닫혀 버린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로 주위에 둘러앉아 정을 나누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하얀 눈 위에 서로의 발자국을 남기 듯 아이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추억을 만들어 간다.

겨울철 캠핑은 여름철 혼잡함이나 어수선함을 피할 수 있어 사색과 사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휴가철 피서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찼던 여름철과 달리 겨울철이 되면 캠핑장은 한가롭고 여유롭다. 여름철이야 이웃을 잘 만나야 캠핑생활이 편안하다고 하지만 겨울의 캠핑장은 청아한 하늘이 품은 고요의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 곳에서 내가 지은 나만의 집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내 가족만의 시간이며 추억이다. 그래서 찬바람에 손이 얼고 신발이 젖어 발이 시려도 텐트를 설치하고 가족만의 공간을 만든다.

추운 겨울 캠핑장에서 한시라도 빨리 따뜻해지기 위해선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텐트를 빨리 치기 위해선 엄마는 물론 아이까지 온가족이 함께 도와야 하며 한 가족이 되어야만 한다. 아이들에게 함께 하는 마음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겨울철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이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짐을 옮기고 텐트를 치면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신도 함께 했다는 자부심을 얻게 되고 책임감도 배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아빠와 함께 땀을 흘리며 야외생활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독립심과 함께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겨울캠핑은 텐트 밖이 춥다보니 봄, 가을의 캠핑에 비해 자연스럽게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다. 허구한 날 야근과 잡무에 지쳐 얼굴보기도 힘들었던 아빠와 남편이 아닌 함께 밥을 하고 함께 살을 맞대고 자는 아빠와 남편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더욱이 캠핑장에는 시선을 빼앗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도 없다. 추운 밤 텐트라는 작은 세상을 통해 우린 모닥불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아이들과 아내, 친구와 동료가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늘 함께 있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겨울 캠핑으로 얻는 깨달음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처럼 삶의 시린 겨울이 찾아와도 함께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사람들, 그건 늘 옆에 있어줄 가족과 친구며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꼼수의 캠핑 팁

처음 겨울철 캠핑을 떠난 경우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펙의 회수다. 보통 겨울철에는 바람이 부는 것을 고려해 일반 펙에 비해 강하고 긴 단조펙을 주로 사용한다. 밤새 얼어버린 땅에서 이 단조펙을 회수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못을 뺄 때 사용하는 망치의 훅(고리) 부분을 사용해 아무리 당겨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이는 펙이 땅속에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여벌의 단조펙을 이용해 설치한 펙의 헤드부분에 있는 고리에 끼우고 좌우로 돌려준다. 계속해서 좌우로 돌려주다보면 마찰열에 의해 땅속에 얼어붙었던 부분이 녹게 되고 쉽게 펙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철규

대학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을 시작해 월간 사람과 산, 이마운틴을 거쳐 국내 최초의 아웃도어 잡지인 아웃도어 라이프를 창간했다. 이후 캠핑 잡지들을 창간한데 이어 현재는 아웃도어 주간신문 `바끄로`의 편집장이다.

이철규 sicsicman@baccro.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