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축적해 온 국가 공간정보를 지난해부터 민간에 개방하기 시작했다.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인 `브이월드`를 구축, 단순한 지도 데이터부터 국가가 보유한 공공 공간정보까지 다양하게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간정보의 민간 활용이 미흡하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6월 KT·NHN·다음·대한지적공사와 함께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을 설립해 민간에서의 공간정보 활용 극대화에 나섰다. 국가 공간정보 활성화에 앞장서는 한훈 공간정보산업진흥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국가 공간정보를 민간에 제공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면, 올해는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공간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초대원장을 맡고 있는 한훈 원장의 말이다. 한 원장은 민간에서 브이월드 기반으로 공간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한 원장은 이를 위해 민간에서 어떤 공간정보를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제공받기를 원하는지를 고민한다. 가장 필요한 공간정보를 민간에게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제공하기 시작한 2차원(D) 지도데이터 서비스다. 당초 브이월드는 3D 기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러나 민간에서 2D 지도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고 북한 지역을 포함, 전국 지역 대상으로 2D 지도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원장은 “민간 기업들이 2D 지도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며 “2월 말까지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환경을 완벽하게 갖춰서 서비스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구글 등 기존 지도데이터 제공업체와 달리 국가가 보유한 토지유형 등 각종 공간정보를 더해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브이월드 모바일 서비스도 실시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 오픈 API 기반으로 각종 공간정보를 가져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위치기반 앱 서비스는 물론이고 공간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스마트폰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한 원장이 공간정보의 민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역점을 두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공간정보 활용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공간정보를 민간에서 이용하기 쉽게 제공해도, 공간정보에 대한 민간의 욕구가 없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올해 공간정보를 민간에 적극 제공하는 것과 함께 민간 기업이 공간정보를 활용해 얼마나 큰 경제효과를 창출 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능한 많은 민간기업과 의견을 교류하고, 해외에 좋은 사례를 찾아 많이 알릴 예정이다.
KT·SK텔레콤 등 통신사하고는 상당 부분 협업을 진행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블랙야크 등 중소기업이 공간정보 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데도 적극 지원해 준다. 한 원장은 “공간정보 서비스 사업자와 사용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의 이러한 노력이 일부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공공기관이 민간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 원장은 “브이월드의 공간정보 서비스는 일반 포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르다”며 “민간 지도서비스 업체가 제공하지 못하는 공공정보를 제공해 민간 기업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진흥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공공정보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진흥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기도 하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공간정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전체적인 지원센터는 대한지적공사가 마련하지만, 진흥원도 이를 적극 지원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정보통신 유관기관하고도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공간정보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진출지역의 법률지원이나 해외 전시회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셰어드서비스센터 기능도 수행한다.
공간정보 인력도 양성한다. 한 원장은 “공간정보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인재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까지 크게 부족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인재 양성을 위해 최근 대학생 경진대회 등 공간정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가 주최한 `제13회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 경진대회`를 후원해 공간정보 부문상을 만들기도 했다. 경진대회 신청한 174개 팀 중 무려 34개 팀이 공간정보 부문을 신청하는 등 대학생에게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 원장은 “공간정보는 모바일 시대에 가장 기반이 되는 프레임워크”라며 “여기에 어떤 정보를 더할 것인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정보 기반으로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간정보가 세계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한류를 이끌 수 있는 선봉 역할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한훈 공간정보산업진흥원장은 1958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석사를 거쳐 스탠퍼드대 경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대우중공업 기획실에 입사해 1985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통신엠닷컴 경영기획담당 상무, KTICOM 마케팅기획담당 상무, KTF 전략기획부문장(전무), KT 전략기획실장(전무)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KT네트웍스 대표이사와 경영고문을 맡았다. 2012년 5월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