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수위 줄대는 방송계

단 한 번의 실수로 `지각대장`이라 불리는 억울한 직장인이 있다. 수년간 직장 생활 중 그는 단 한 번 만 지각을 했을 뿐인데 말이다. 입사 초기 늦잠을 잔 것이 화근이다. `지각대장`이라는 주홍글씨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입사 초기의 실수이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이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처음에 만들어진다. 그만큼 첫 인상이 중요하다.

18대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인수위원회의 행동, 말 하나가 대서특필 된다. 마치 신입사원을 보는 듯하다. 인수위원회 이미지는 박근혜 정부 5년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

요즘 방송 산업계에 인수위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그동안 지상파, 케이블, IPTV, 위성 등이 첨예하게 대립한 정책이 새 정부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각 방송 사업자는 협회나 이익단체를 내세워 인수위에 유리한 정책을 반영할 수 있도록 로비까지 벌일 기세다.

소문도 무성하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은 인수위에 지상파 방송신호(8VSB)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전해졌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이들 종편이 박근혜 정부 출범에 공를 세웠다는 얘기까지 곁들여지며 인수위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8VSB 방식을 허용하면 종편도 지상파처럼 고화질(HD급)로 서비스할 길이 열린다. 그러나 8VSB방식은 지상파 채널에만 허용됐다. 종편에 허용하려면 방송법까지 고쳐야 한다. 종편만 허용되면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또 다른 특혜 논란이 제기된다.

사정이 이쯤 되자 케이블, IPTV, 위성방송 사업자들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졌다. 인수위에 요구할 정책 마련에 나섰다. 인맥까지 동원한다. 방송업계엔 인수위에 얼마나 로비를 잘 벌이는지가 5년간 비즈니스 환경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방송계가 정권에 민감한 것은 그간 정권이 사실상 방송 정책을 좌지우지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방송학계엔 방송의 공공성 훼손이 쟁점이다. 정책이 투명하게 결정되지 않으면 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기세다. 신뢰 정부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의 첫 인상이 망가질 수 있다. 좋은 방법은 로비에 의존하는 세력에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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