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제는 비오는 날 인기 메뉴인 수제비다. 단지 밀가루를 반죽해 적당히 뜯어 장국에 넣어 끓였을 뿐인데, 한번 손을 대면 멈추지 못한다. 단숨에 국물까지 다 먹게 되는 환상의 밀가루 음식이 바로 수제비다.
수제비는 값이 부담스럽지 않고, 만들기도 어려운 편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즐기는 대중적인 요리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면 수제비는 상류층의 음식이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기록된 운두병(조선시대에는 수제비가 운두병이라 불리었다 한다)의 조리법을 보면 밀가루에 다진 고기와 파, 장, 기름, 후추, 계피가루 등을 넣고 반죽한 것을 닭을 삶아낸 장국물에 익혀 닭고기와 함께 먹었다고 한다.
수제비가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시기는 한국전쟁 때부터로 본다. 전쟁 이후 다량의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유입되면서 사람들이 수제비를 많이 해 먹었다고 한다.
수제비는 재료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밀가루로 만든 밀 수제비, 통밀을 맷돌에 갈아 만든 막갈이 수제비 등 수많은 종류로 나뉜다. 충청도의 버섯 수제비, 경기도 파주 지역의 향토음식인 참게 수제비, 경상북도의 찹쌀 수제비, 전라북도의 메기 수제비, 경상남도의 쌀죽 수제비, 강원도의 옥수수 수제비 등 각 지역별로 생활환경에 따른 독특한 수제비가 미식가의 입을 즐겁게 한다. 수제비는 국물이 많아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기 때문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반찬들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삼청동 수제비(서울 종로구 삼청동, 02-735-2965)는 멸치 국물에 야채를 넣고 손으로 툭툭 떼어 만드는 수제비가 유명하다. 수제비 외에 감자전과 주꾸미볶음도 인기 메뉴다.
엘림들깨수제비칼국수(서울 강북구 수유동, 02-996-2583)는 들깨로 만든 수제비가 일품이다. 모든 메뉴 주문 시 보리밥과 수육이 제공돼 단골이 많다.
뽕씨네 얼큰 수제비(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02-678-0142)는 다시마와 어우러진 시원한 김칫국물이 매력이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으로 유명하다.
원조 인사동 수제비(서울 종로구 관훈동, 02-735-5481)는 다시마 멸치를 넣어 우려낸 담백한 맛의 맑은 육수와 고추장 풀어 매콤한 육수에 끓여내는 수제비다. 냉 콩국수, 골뱅이무침, 해물파전 등 동동주에 즐길 안주거리가 인기메뉴다. 항아리에 담겨진 수제비는 시각적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대합탕 수제비 포장마차(서울 양천구 목동, 02-2062-2888)는 얼큰한 수제비 탕과 매콤한 골뱅이 무침부터 오돌뼈 무침, 치즈 계란말이까지 모든 메뉴들이 골고루 인기를 모으고 있다.
큰 기와집(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033-644-5655)은 한옥 분위기의 널찍한 기와집에서 맛보는 전복해물수제비가 일품이다. 이 외에 매콤달콤한 해물오징어볶음이 추천 메뉴다.
항아리수제비(경상남도 김해시 흥동, 055-327-8755)는 황토집에서 항아리손수제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실내 벽면에 짚단으로 장식하고 항아리를 벽에 붙인 이색적인 인테리어가 해물육수의 손수제비를 더욱 맛있게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