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세계 경제 성장세를 이끌었던 신흥 5개국 결속체인 `브릭스(BRICs)`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노사 분규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나마 중국이 급격한 성장률 둔화를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성장 전망과 이들 간 이해관계 충돌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중국 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며 나머지 국가들은 이미 성장세가 꺾였다는 지적이다. 이들 간 충돌도 세계 경제 성장의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우선 중국은 당국이 자체 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12월 3달째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수치인 50을 넘었다. HSBC 역시 이 수치를 51.5로 산정했다. 지난 19개월 중 최고치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올해 8.6% 성장할 것”이라며 “수출보다는 내수에 의존하는 부분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루팅 BO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수익을 비롯한 여러 지표가 경제 순항을 예고하지만 투자자 과신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장리췬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 공식 PMI가 50을 넘었지만 전달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회생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WSJ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이 모두 문제에 봉착해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중국과 인구가 맞먹는 수준임에도 불구, 경제력은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인플레이션도 7%가 넘었으며 막대한 재정 적자 해소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브라질도 인플레 부담 속에 취약한 인프라를 개선해 연평균 3.5%에 머무는 성장을 돋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최대 교역국이며 석유과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유럽연합(EU)와 계속 마찰하는 것이 큰 부담이라고 경고했다. 남아공은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인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개월 사이 잇따라 남아공 신용 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이들 간 갈등도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반덤핑 규제 강화에 대한 중국의 불만과 브라질, 러시아 간 농업 교역 마찰, 그리고 중국과 인도의 성장 위축이 자원 강국인 러시아와 남아공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도르 루키야노프 러시아 외교정책 자문위 위원은 “브릭스 국가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며 “세계 경제 악화로 이런 추세는 더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