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바람직한 ICT 정책 좌담회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인식을 현 정부와 차별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의 ICT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자신문이 `박근혜 정부의 바람직한 ICT 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참석자들은 현 정부의 ICT 정책과 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분명한 만큼 박근혜 정부는 분명한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과학기술과 ICT를 통합하는 것에는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했다. ICT만을 전담하는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CT 전담부처가 신설되면 ICT 자체의 성장·발전은 물론이고 ICT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전체 산업의 ICT 융합도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철규 서강바른포럼 회장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박종환 록앤올 대표

임주환 고려대 객원교수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통신방송산업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통신방송산업부장)=오늘 좌담회는 새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올바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새 정부가 제시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바람직한 ICT 정책을 집중적으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겠다. 지난 5년간 현 정부의 ICT 정책 평가로 시작하겠다.

◇임주환(고려대 객원교수)=지난 5년간 우리나라 ICT는 중심축이 없었다. 엇박자가 지속됐다. 콘텐츠는 물론 ICT 정책의 구심점이 없었다는 말이다. 부처 간 불필요한 경쟁이 적지 않았고,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정부는 중심,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정부가 방향을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방향을 제시조차 못했다. 결국 ICT 역량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

◇문형남(숙명여대 교수)=정책 중복이 많았고, 유사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정책 공백도 심각하다. ICT를 여러 부처가 했지만 제대로 못했다. ICT 업무 조정도 제대로 안됐다.

ICT 컨트롤타워 개념에 대한 몰이해가 문제다. 컨트롤타워는 비행장의 관제탑이나 다름없다. 비행장에 관제탑이 반드시 있어야 하듯 ICT에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 ICT 정책·업무 조정 필요하다. 새 정부가 컨트롤타워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길 기대한다.

◇김철규(서강바른포럼 회장)=지난 5년간 ICT 성장률과 평가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ICT 벤처 창업 숫자도 줄었다. ICT 정책에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반도체 호조를 마치 ICT 전체가 성장하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들었다.

현 정부가 강조한 ICT 융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ICT 융합이 잘 되려면 ICT 생태계가 먼저 잘 돼야 한다. ICT 생태계를 방치하고 ICT 융합을 강조하는 건 본말의 전도다. ICT 자체에 대한 강조는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했다. ICT에 관한 한 잃어버린 5년이다.

◇박종환(록앤올 대표)=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는 ICT가 없었던 게 아닌 가 싶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현 정부의 무관심과 홀대 아래 ICT는 스스로 성장한 5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의 국정 밑그림에 ICT가 있는 거 같아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 관심과 지원이 ICT가 퇴보하는 역설도 가능하다. 정책이 ICT 성장·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없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새 정부가 ICT 종사자와 소통, 현 정부와 차별화하길 기대한다.

◇사회=지난 5년간 평가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이 화두로 던진 창조경제와 연결해 역점을 기울여야 할 어젠다는 무엇일까.

◇박종환=정부의 지휘자 역할이 중요하다. 현 정부에서 여러 부처가 ICT를 담당했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은 부족했다. ICT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장과 소통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철규=박 대표의 ICT 컨트롤타워 필요성 의견에 공감한다. ICT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다는 전제 아래 미래 성장동력과 연구개발 등 어젠다를 도출해야 한다.

각각의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심사숙고 아래 수립돼야 한다. 물론 실행력도 담보돼야 한다. 예산도 과거와 같은 나눠주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문형남=창조경제 양대 축이 과학기술과 ICT다.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양대 축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ICT 기능과 역할은 다르다. 그럼에도 ICT와 달리 과학기술에 지나치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당장 일자리는 ICT가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고용유발지수로 확인된다. ICT에 투자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임주환=청년층 실업률이 다른 계층에 비해 2배가 높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청년층 일자리를 무엇으로 늘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 ICT를 제외하곤 불가능하다. ICT를 모든 산업에 전면적으로 적용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일례로 소프트웨어(SW)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1.6~1.7배나 높다. ICT에 특혜를 주라는 게 아니다. 일자리 창출 등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ICT를 다른 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칫 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ICT를 제일 중요한 어젠다로 선정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ICT 생태계 급변으로 현장에서 체험하는 불만과 애로 사항도 적지 않은 거 같다.

◇박종환=정부의 벤처지원 제도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제도를 만드는 건 좋은 데 수혜 기업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는 사람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부가 정책을 잘 만들어도 수혜자가 모르면 의미가 없다. 정부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임주환=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 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다. 지원 제도를 아는 사람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반면 모르는 사람은 혜택을 누릴 기회조차 없다.

◇사회=박 당선인은 `정부 3.0`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개방과 공유의 정부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정부 3.0`이 성공하려면 현재 정부 조직이나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임주환=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 창조경제 시대로 바뀌면 모든 걸을 바꿔야 한다. 조직과 역할도 바꿔야 한다. 당선인 선친이 산업화 기틀을 만든 것처럼, 당선인이 지식정보사회에서 ICT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당선인 의지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걸 수시로 강조하고 실천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5년 후 창조경제 기틀을 확실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도록 말이다.

◇문형남=정부의 개방형 직위 공모가 초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게 없고, 운영도 제대로 못했다. 박 당선인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약속한 만큼 기대가 크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한다.

◇김철규=정부 조직과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박 당선인이 공약한 투명하고 유능하고, 서비스 정부가 되기 위해선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변화를 추진하려면 조직도 바꿔야 한다. ICT 전담부처도 이의 일환이다.

◇사회=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박 당선인은 ICT와 과학기술이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 개발과 추진은 정부 조직 체계에 달려 있다. 박 당선인은 ICT 전담부처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부적인 구성안은 나오지 않았다. 바람직한 거버넌스 방향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박종환=과학기술과 ICT가 합쳐지는 전담 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기술과 ICT는 추진 방향이 다르다. 현 정부에서 방송과 통신을 합쳤지만 방송에 치우친 나머지 통신은 소외됐다. 과학기술과 ICT를 합치면 이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어정쩡하게 합치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과 ICT는 분리하는 게 적절하다.모든 걸 합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과학기술과 ICT를 통합하는 건 마치 자장면과 파스타를 한 가게에서 동시에 판매하는 거랑 같다. 자장면이든 파스타든 전문점이 경쟁력 있지 않을까.

◇김철규=현 정부는 ICT 융합을 내세웠지만 융합만 강조했다. 정작 ICT 자체를 중시하지 않았다. ICT 전담부처라야 한다. 방송은 별도의 조직이 담당해야 한다. 현정부가 교육과 과학기술을 합쳤지만 과학기술은 존재감이 없었다. 과학기술과 ICT를 합치면 어느 하나는 존재감이 없어질 것이다. 추진력 있게 일하려면 과학기술이든, ICT든 집중하는 부처가 있어야 한다.

◇문형남=과학기술과 ICT를 합치려는 건 단순하게 기술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기술은 장기적 목표를 갖지만, ICT는 분초를 다투며 즉각 대응해야 하는 등 성격이 완전 다르다. 성격이 다른 만큼 별개로 다뤄야 한다. 이질적인 분야를 묶었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지 현재 방통위를 보면 알 수 있다. ICT 전담부처를 설치하고, 부처간 조정과 중재를 위해 필요하다면 청와대에 IT 수석을 두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임주환=방통위가 왜 비판받는 지 되새겨봐야 한다. 방송과 ICT가 다름에도 통합했다. 방통위는 지난 5년간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못했다.

지난 5년간 잘못된 (통합) 경험을 했으니 (분리로) 바꿔야 한다. ICT 생태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종사자도 과학기술과 ICT를 통합하는 것에 반대한다.

ICT 전담부처 비대화 혹은 지나친 축소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하다. 전담부처가 반드시 거대부처라야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상징성이다. 과학기술과 ICT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방통위가 잘 못한 만큼 잘 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사회=창조경제론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성장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ICT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힘든 목표다. ICT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성장기반 창출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박종환=새 정부의 예산 집행은 현 정부와 달라야 한다. 정부가 고용을 늘리겠다며 대기업을 지원한다. 현 정부는 성과주의에 매몰돼 있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도 잘못됐다. 벤처기업에 지원하면 일자리 늘어난다. 새 정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 집행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벤처기업을 많이 만들면 일자리 문제 해결할 수 있다. 새 정부는 벤처를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면 된다. 패자도 부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주환=ICT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금을 투자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규제완화도 중요하다. u헬스는 규제로 인해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u헬스는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규제로 인해 비즈니스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도 필요하다. 가령, 기존 건물에 에너지 등급 효율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한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문형남=이공계 교수의 연구실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원)생 취업 확대는 물론 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일조할 수 있다.

◇김철규=스마트 디바이드를 해소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농어촌,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정보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

◇사회=차기 정부에 대한 제언으로 좌담회를 마무리하자.

◇김철규=ICT전담부처 만들겠다고 선언부터 하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적 의견보다 산업 현장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길 바란다.

◇문형남=ICT 생태계를 위해 지속가능한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ICT 인력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오랜 시간 진지한 토론 감사하다. 오늘 개진된 의견이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에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 새 정부가 올바른 ICT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과 지원 부탁한다. 거듭 감사하다.

정리=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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