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엔젤투자 선순환 고리 `중간 회수시장`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ys.jung@k-vic.co.kr)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 주도로 엔젤투자 지원센터 설치, 엔젤투자 매칭펀드 운영, 엔젤투자자 소득공제 확대 세제개편 등 엔젤투자 활성화 대책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한 결과다. 지난달 말 엔젤투자 지원센터에 등록된 투자자 수가 2400여명에 이른다. 엔젤투자자 모임인 `엔젤클럽`도 1년 만에 57개가 결성됐다. 엔젤투자매칭펀드도 올해 꾸준히 운용해서 78개 기업 121억원 규모로 선정돼 투자가 이뤄졌다. 엔젤투자자와 일 대 일 매칭투자임을 고려할 때 모두 242억원 규모의 엔젤투자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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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불어온 엔젤투자 확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엔젤투자 회수가 전제돼야 한다. 투자와 회수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 창업 기업에 재투자 재원이 확보돼야만 미국과 같이 창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엔젤투자 회수 여건은 녹록치 않다. 엔젤투자가 대부분 창업 후 3년 이내 초기 기업에 집중되는데, 주요 성공적인 회수수단인 상장(IPO)까지는 평균 12년 이상 걸린다.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엔젤투자자 입장에서 IPO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수합병(M&A) 회수비중도 지난해 기준으로 1.5%(벤처캐피탈협회 집계)에 불과하다. 엔젤투자의 M&A를 통한 회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엔젤투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극적으로 코스닥 IPO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회수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엔젤투자뿐만 아니라 IPO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벤처투자 입장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엔젤투자와 벤처투자를 위한 중간유통시장(세컨더리 시장) 조성과 이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 세컨더리 시장은 엔젤투자자뿐 아니라 벤처캐피털 등 벤처기업 투자자에게 IPO이전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벤처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비상장 기업 중 성장단계에 있는 벤처기업 등 혁신형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개설한 프리보드 시장을 통해 시도한 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일 거래액이 1억원으로 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코넥스(KONEX)라는 중소기업 벤처 전문 주식거래시장 개설을 앞두고 초기기업에 투자한 엔젤투자자의 기대가 높다. 이 또한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코넥스를 운영하기 전에 세컨더리 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미국을 벤치마킹해 이를 코넥스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성공적인 중간유통시장으로서 세컨드 마켓과 쉐어스 포스트(Shares Post)를 들 수 있다. 세컨드 마켓은 조직화된 장외시장으로서 2004년에 설립된 이래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붐을 이룬 시기부터 중간유통 시장으로서 큰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전문투자자와 적격기관 투자자만 참여가 가능한 구조 및 ?춤형 유동성 프로그램 제공으로 올 1분기 10만명이 거래에 참여했다. 거래량도 최근 2년간 6억달러를 넘는다.

쉐어스 포스트는 비교적 최근인 2009년 6월에 설립된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경매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지난해 4월 기준 30개 회사 450건 거래가 이루어 질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현재 2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엔젤이 투자한 창업 기업의 구주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엔젤지원형 세컨더리 펀드를 더욱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엔젤투자자의 유동성 확보 측면뿐만 아니라 회사의 지분구조 단순화로 M&A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간회수 시장 활성화로 엔젤투자자가 창업초기 기업과 함께 소위 죽음의 계곡인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면 바로 회수하고 또 다시 다른 초기 기업에 천사가 되어주는 소위 `슈퍼엔젤`이 국내에도 많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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