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조달, 직접금융 `미미`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직접금융의 비중이 `제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전체 기업이 주식과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56조424억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600조79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합계 656조8374억원 증 직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수준에 불과했다.

직접금융 조달실적은 은행채와 금융채 등을 제외한 일반회사채와 주식 발행의 합계로 계산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극도로 부진했다.

중소기업은 11월 말까지 주식과 회사채 발행으로 6632억원, 은행 대출로 454조4905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조달금액 중 직접금융 비중이 0.2% 수준이다. 자금의 99.8%를 은행 기업대출로 조달한 것이다.

중소기업 자금조달에서의 직접금융 비중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9년 1.2%에서 2010년 0.9%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0.6%를 기록했다. 올해는 거의 전무한 수준에 근접했다. 중소기업에 한해서는 증시의 자금조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기업들이 전적으로 은행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직접금융을 통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2009년 5조400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7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3년 만에 8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대기업은 올해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으로 각각 55조3792억원, 146조345억원을 조달했다. 각각 차지하는 비율은 27.5%, 72.5% 수준이다.

중소기업에 비하면 주식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비중이 높지만 대기업 역시 최근 이 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직접금융을 통한 대기업의 자금조달 비율은 2009년 41.7%였으나 2010년(37.5%), 2011년(38.5%) 각각 30%대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20%대까지 주저앉았다.

직접금융 비중의 하락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가 활력을 잃은 결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신규 상장이 크게 줄고 유상증자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에 기업들의 은행 대출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자금 줄이 끊기자 기업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교환사채(EB) 등 주식관련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자본시장연구원 김란영 선임연구원은 “간접금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본연의 임무인 기업 자금조달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등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크기 때문에 직접금융을 통한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증시 활성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류경동 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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