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일하게 공약(空約)이길 바라는 공약(公約)

“제발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냥 놔뒀으면 좋겠어요. 산업 진흥책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국내 한 대형 게임회사 CEO의 하소연이다. 그는 오는 5월 시행하는 모바일 셧다운제를 두고 “온라인 게임에 이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숨통까지 끊어놓을 정책”이라며 참담해 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난 19일.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저녁 8시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게임 업계 위기가 현실이 됐다는 절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책 공약 중 하나로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시행·확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번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었으면 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소위 `5N`이라 불리는 NHN 한게임,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CJ E&M 넷마블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소식이 잇달았다.

반면 외국 게임은 국내 시장에서 놀라운 시장 점유율과 실적을 달성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30%에 달하는 점유율로 21주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디아블로3, 스타크래프트 1·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도 꾸준히 10위권을 오갔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시장의 40% 이상을 외산 게임이 차지한 셈이다.

그나마 대작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이 점유율 2위에 머물렀지만 1위 외산게임 점유율의 절반에 못 미친다. 새해 공개 테스트를 앞둔 대작 게임 `아키에이지`가 향후 국내 게임 업계의 대작 투자 행보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기대를 받고 있을 따름이다.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게임 회사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본다. 게임 개발, 아이템 거래 등 게임 산업 전반을 전폭 지원하는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중국 개발사들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게임 경쟁력은 이미 사그라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제 유일한 돌파구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여기서 살아남지 않으면 제 아무리 유수한 기업도 `진짜 망한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낄 지경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게임사 워킹맘은 “게임으로 가족과 친구간 소통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사회와 정부가 저질 문화로만 낙인찍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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