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영구 판매금지를 기각하면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배심원이 평결한 10억5000만달러 규모 손해배상액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제기한 배심원 평결 파기 주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루시 고 판사가 지난 공판에서 “이제 세계대전을 끝낼 때가 됐다”며 합의에 나설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 이번 판결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고비 넘긴 삼성전자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판사는 애플이 요청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금지를 기각했다. 영구 판매 금지 대상인 스마트폰은 23종이었다. 대부분 출시된 지 2년 된 제품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20여종을 단종했다. 갤럭시S2, 갤럭시S2 에픽, 갤럭시S2 스카이로켓 등을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이번 기각은 내년 2차 추가 소송을 앞두고 선례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특허사무소 임앤정의 정우성 변리사는 “삼성전자 제품을 영구 판매 금지하게 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세계 판사들이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시장 영향을 고려한 판결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우리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애플 항소할 듯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에서 압승을 거둔 애플은 줄기차게 미국 내 삼성전자 제품 판매 금지에 집중했다. 애플은 바로 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양헌 미국변호사는 “애플이 항소를 하더라도 이 과정에 1년 이상 소요된다”며 “이 경우 판매금지 대상이 된 제품이 모두 구형이 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미국 내 제품 판매 금지 위험을 넘어 한결 가볍게 소송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2차 소송과 내용이 동일하지 않지만 이번 기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결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루시 고 판사는 이날 배심원단 평결을 파기하고 새롭게 재판해야 한다는 삼성전자 주장도 기각했다. 사실상 평결을 뒤집는 최종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미국 지식재산권 컨설팅 전문기업 테크아이피엠 이근호 대표는 “평결 무효화는 모든 정황을 판단해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이 이에 반하는 평결을 한 때에 해당된다”며 “지금까지 삼성전자 애플 재판 과정을 볼 때 평결이 무효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정 변리사는 “평결 오류에 따른 손해배상금이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고의 침해가 인정되면 배상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애플 미국 특허 소송 일지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