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국산 통신장비 업계가 올해 회복세로 돌아섰다.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새해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올 한해 산업 규모를 소폭 키웠다. 주요 유·무선 업체 성과를 집계한 결과 대부분 업체가 지난해를 상회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2009년, 2010년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성장한 것이다.
업계가 최근 선방한 것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국산 선호도가 다소 높아진데다, 내실 있는 업체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경쟁구도가 누그러진 것이 큰 요인으로 파악된다.
올 한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무선 업계는 통신사업자의 롱텀에벌루션(LTE) 관련 투자가 이어지며 3분기 이미 지난해 매출을 초과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4세대(G) 기지국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진 못했지만 스몰셀 아이템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유선 분야에서는 전송과 스위치 업체가 캐리어이더넷 등 ALL-IP 장비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내년 하반기 KT를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
김철수 인제대 교수는 “공공기관 사전설계심사위원회에 참여해보면 시스템통합사업자(SI)의 국산 장비 채택 비율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며 “앞으로 빅데이터, 모바일 등 통신환경 변화가 가속화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뚜렷한 비전을 잡지 못하면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자와 정부의 IT투자 축소 등 부정적인 대외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매출은 다소 회복했지만 아직 신기술·제품 개발 연구개발(R&D)에 원활하게 투자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여전히 앞길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 무선 업체는 최근 2013년 사업계획 불투명성을 이유로 흑자 달성에도 불구하고 사장 이하 임원 대부분을 교체했다.
사업을 따 내기 위해 급하게 외산장비를 국산으로 포장해 조건만 맞추는 폐해도 생겼다.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한 임원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들어오는 국내 장비를 열어보면 외국 제품에 마크만 국산 회사 것을 단 경우가 종종 있다”며 “코어·대용량 장비의 경우 실제로 국산 경쟁력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며 현 상태를 꼬집었다.
정부는 연내 R&D·해외수출지원 방안·내수 활성화·생태계 조성 등을 세부내용으로 네트워크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장지영 네트워크산업협회 부회장은 “5년 이상 수행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업계가 이를 충실히 따르는 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통신장비업체 매출
자료:업계 종합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