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공장 에너지 관리자로 부임한 김 모씨는 근무 첫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정도의 대규모 자동차 공장이라면 월 평균 4000만원은 족히 넘었을 텐데 전기요금이 절반이하로 고지됐기 때문이다. 이전 요금 납부 내역을 확인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간으로 계산해도 공장 규모나 생산량으로 보면 5억원 이상 나와야 하지만 실제 2억2000여만원에 불과했다. 전임자에게 묻자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인버터 때문이야!”
국내 인버터 시장 점유율 1위의 LS산전이 산업시설 및 건물의 전동기용 고효율 인버터 사업으로 국가 전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LS산전이 지난해 판매한 고효율 인버터를 통해 최소 120㎿의 전력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0만가구(가구당 300KWh)가 한 달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웬만한 대형 도시가 부담 없이 생활 수 있는 전력량이다. LS산전은 지난해 약 20만대의 전동기용 인버터를 판매했고 이들 전동기의 소비 전력량을 합치면 1200㎿로 일반적인 인버터 장착에 따른 전력 절감량의 10%인 120㎿에 달한다.
전동기는 공조 설비용 펌프나 공장열원을 제공하는 팬부터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까지 각종 산업 및 시설에 사용되는 동력설비다. 전국에 설치돼 운영 중인 전동기의 연간 소비량만해도 국내에서 생산된 전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산업과 생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버터는 회전 속도가 애초부터 정해져서 출시되는 전동기를 현장 효율에 맞게 필요한 속도로 회전하도록 제어한다. 이 때문의 전동기의 소비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에너지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
인버터는 전동기를 작동시키는 전압과 출력 주파수를 가변주파수로 변형시켜 전동기의 회전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다. 전동기는 일반적으로 한국전력의 상용전원(AC220/380V)의 전압과 60Hz의 고정 주파수를 사용한다. 인버터를 장착하면 이들 고정 전압과 주파수를 가변시켜 공급함으로써 전동기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주파수를 높이면 회전수가 빨라지고 낮추면 회전수가 줄어드는 원리다. 결국 일정하게 운동하는 장치를 사용자 환경에 따라 효율적으로 변환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 생산성 및 품질향상도 크게 도움 된다. 전력연구원에 따르면 산업용 인버터의 에너지 절감 효율을 55Hz로 가변해 운영하면 운전 시 평균 37%의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봉현 LS산전 상무는 “최근 가전기기에도 인버터가 도입돼 세탁기의 경우 고정 속도로 탈수할 때는 고속회전 등으로 속도를 제어하는 기능이 등장하고 있다”며 “인버터는 필요 이상의 전력 사용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설비 운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420㎿ 전기절감
LS산전은 1983년 국내 최초로 인버터 국산화를 실현했다. 지난 5년간 판매한 약 70만대의 인버터와 맞물린 전동기 용량만 4200㎿다. 전력 절감률을 따지면 최소 420㎿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 생산량이 800㎿∼1GW임을 감안하면 원전 1기의 절반을 줄인 셈이다.
인버터는 전동기를 필요한 속도로 회전하도록 제어하기 때문에 회전을 할 때 부드럽게 제어함과 동시에 정확성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인버터는 고속에서는 회전력을 확보하기가 쉬운데 반해 저속에서 강한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기술적 단점이 있다. LS산전은 자체 센서리스 벡터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를 극복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전동기의 전기 사용량 저감을 위해 에너지 절약전용 기능을 개발해 전동기의 효율을 향상시켰으며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가진단이나 시스템 제어 기능을 적용했다.
LS산전이 보유하고 있는 인버터 제품은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보장하는 대용량의 3.3㎸∼11㎸급 인버터까지 보유해 ABB 등 해외 선두기업들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LS산전의 인버터는 대형 공장뿐 아니라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 쇼핑시설의 냉난방 설비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LS산전은 지난 2007년 롯데마트 서울 영등포점에 인버터 8대를 시범 설치해 35∼40%의 에너지를 줄였다. 롯데마트는 인버터를 설치한 지점을 10곳으로 늘리면서 전기요금을 40% 절감했다.
◇인버터만한 국민발전소가 없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삼상유도전동기가 소모하는 전력량은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의 40%에 달한다. 속도 가변이 필요한 전동기에 인버터를 부착해 최대 30% 에너지 절감효과를 얻는다면 전력소비에 따른 국가 전력난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 보급된 인버터 용량은 1만㎿ 이상으로 에너지 절감률을 10%로 추정해도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생산량에 웃도는 전력량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 10% 내외인 전동기에 대한 인버터 장착률이 일본의 20% 수준으로 올라가면 훨씬 큰 전력 절감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이 많은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인버터 보급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전체 동력 부하 중 인버터 적용률은 5% 미만으로 일본, 유럽, 미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경부가 최근 에너지 절감 캠페인 활동계획으로 `국민발전소 아싸가자`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경부는 국민발전소에 인버터 사용을 권장하며 설치보조금 등 각종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지경부는 국민발전소 절전목표로 인버터를 통한 절감량을 오는 2020년까지 230만㎾ 수준으로 확대하면 화력발전소 4·5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봉현 상무는 “전력수급 비상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목표관리 업체로 지정된 대형 건물 및 기업들 중심으로 고효율 인버터 구축이 늘고 있다”며 “LS산전은 고객 스스로 자발적인 인버터 설치를 유도하도록 다양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