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서비스 시대 이끌 차기 ICT 전담부처의 기능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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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도 인용해 널리 알려진 사마천 `사기(史記)`의 이사(李斯)열전에 나오는 `간축객서`에는 `태산은 작은 흙덩어리도 포용하기 때문에 큰 산이 되고, 강과 바다는 조그마한 시냇물도 모두 받아들여 큰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는 대목이 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받아들여야만 큰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차기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 의미하는 바가 자못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경제 구조는 수출 위주 제조업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도 서비스 분야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70%에 육박하며,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이른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는 ICT가 서비스 분야를 필두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을 이끌어내는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만약 차기 정부에서 ICT 전담 독임부처가 만들어진다면, 단순한 구(舊) 정보통신부의 부활 혹은 방송통신위원회나 지식경제부의 업무나 기능만의 확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ICT 생태계 변화에 따른 인위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 진흥과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융합이나 인터넷 중심의 융합 진흥 정책보다는 도래하는 서비스 시대 관점에서 ICT 전담부처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관광 서비스 분야가 살아나면 고용이 늘어나고 시장경제가 보다 활성화할 것이다. 이때 진흥 촉매제로서 ICT 기능과 역할을 고민하면 다양한 산업 정책과 규제 완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활용해 관광지 식당의 모바일 광고를 기획, 제작, 실행 및 유통하는 것을 가정해 보자. 소비자뿐만 아니라 가치사슬에 포함된 이해관계자들이 광고 기획부터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을 적용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잠재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스템 유지 및 관리는 통신사업자나 포털사업자의 매니지드 서비스(managed service)를 활용하면, 만족도는 물론이고 신규 일자리 창출과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를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차기 ICT 전담부처는 AR 분야와 AR 광고에 접목될 빅데이터 처리 및 저장 방식, 결제 방식, 보안 등 모든 기술과 통신사업자나 포털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를 하나의 C-P-N-D로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해 활동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면 된다. AR 분야는 지금까지 모바일 단말기의 해상도와 무선네트워크 속도 및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해 발전에 한계를 보여왔다.

더구나 이에 걸맞은 산업 정책과 규제 완화를 펼친다면 최고의 네트워크 환경과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세계 어디서도 시도할 수 없었던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수많은 사업 모델을 흥미롭게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 환경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처럼 창고에서 시작해 성공한 벤처 신화를 우리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우리 정보통신부를 벤치마킹해 30여 나라가 IT 전담부처를 만든 것 이상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우리와 상생하려고 할 것이다.

과거 정보통신부가 체신청에 `정보`를,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통부에 `방송`을 포용해 거듭났다면, 차기 ICT 전담부처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비스`를 끌어안아 우리 경제가 서비스 시대에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대승적인 ICT 기능과 역할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여나 야 혹은 특정 부처 이기주의는 당연히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봉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bg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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