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군더더기와 멍울이나 방해물을 뜻하는 혹이다. 첫째 혹의 의미를 대변하는 속담이 있다. “혹 떼러 갔다 혹 붙여 온다.” 둘째, `그럴 리는 없지만 만일에`를 지칭하는 혹 또는 혹시(或是)가 있다. 예를 들면 “혹 일이 잘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라”는 말 안에 들어 있는 `혹`이라는 말은 `혹시(或是)`를 뜻한다. 셋째,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미망(迷妄)의 번뇌를 의미하는 혹(惑)이다.
어느 날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혹에는 도대체 몇 가지 혹이 존재하는지 따져보기 위해 어쩌다 한 번씩 걸리는 `간혹(間或)`이나 말할 때 가끔 사용하는 `설혹(設或)`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에서 가장 모질고 혹독한 혹은 `가혹(苛酷)`이라서 누구나 빨리 떼어 내고 싶은 혹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혹은 `의혹(疑惑)`이다. 누구나 당하고 싶은 혹은 `유혹(誘惑)`인데 그 정도가 지나치면 뭔가에 흘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혹(迷惑)`이나 아예 정신을 빼앗겨 할 일도 잊어버리는 혹이 바로 `현혹(眩惑)`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거나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혹(魅惑)`도 있고, 매혹을 넘어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으로 상대를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사로잡는 `유혹(誘惑)`으로 등장하는 혹이 바로 `고혹(蠱惑)`이다. 이런 모든 혹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마음을 다잡으려는 혹이 마흔 살에 생기는데 그 혹이 바로 `불혹(不惑)`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황당한 혹이 생길 수 있는데 다름 아니라 `당혹(當惑)`이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불현듯 생기는 혹이 `곤혹(困惑)`이다. 곤혹스러운 장면에 직면해서 잔혹(殘酷)하거나 참혹(慘酷)한 상황을 당하더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삶은 불확실성과 함께 춤을 추는 과정이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잘 견뎌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혹이 바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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