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깊어지는 증권 CIO···대부분 증권사 장차법 대응 못해

내년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시름이 깊어졌다. 비용 부담과 시스템이 복잡해지는 등 여러 이유로 대부분 증권사가 아직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차법 대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증권사는 HMC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일부에 불과하다. 대형 증권사를 포함한 대부분 증권사가 아직 프로젝트 추진 계획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4월까지 법 대응이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권은 대부분 장차법 대응을 마무리했고 보험사도 대형사 위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은행·보험사와 사정이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구축 범위와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장차법 대비 웹접근성 개선에는 10억원~20억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차법 시행령은 신체적·기술적 제한 없이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 제공을 명시했다. 음성 안내와 점자 인식 소프트웨어(SW) 구축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증권사 CIO들은 차세대 프로젝트 같은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가 있다면 장차법 대응을 동시에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10억원 규모 단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고객수와 IT예산이 많은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 다른 걸림돌은 업종의 특징이다.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를 포함하는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뱅킹, 클라이언트-서버 기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까지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추가 비용이 필요할 뿐더러 3~4개월 안에 모든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CIO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CIO는 “법안에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자`라는 문구가 있어 증권사는 HTS나 MTS까지도 프로젝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한 웹사이트 개선도 어느 정도까지 시스템을 개선해야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것인지 몰라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장차법 대응 전문 개발업체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대부분 증권사가 장차법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용적인 문제가 가장 크며 내년 초 준비를 시작해 하반기에 마무리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장차법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 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해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 4월부터 시행.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음.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