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이석채식 인사혁신과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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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계절이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얘기다. 화두는 역시 혁신이다. 뭔가 바꾸고 변화를 추동하자는 것이다. 혁신의 요체는 사람이다. 관성화하고 기득권화한 조직에 발전적이고 성공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 사람의 변화가 필수다.

전제가 있다. 진정성이다. 혁신의 목표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진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의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정치 구호도 진정성이 의심받으면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공자, 맹자의 인본주의 정치도 결국은 사람이다.

이번 주 KT 인사는 파격 그 자체다. 이석채 회장이 추진한 혁신 인사의 결정판이다. 이 회장이 영입한 외부 인사들이 주요 핵심 보직에 전면 배치됐다. 김홍진 사장, 김은혜 전무, 오세현 전무, 임수경 전무의 발탁은 깜짝 카드다. 그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사 구도다. 이미 송정희 부사장, 양현미 전무, 송영희 전무 등이 요직에 배치됐다. 모두 1~2년, 길어야 3년 이내에 KT에 진입한 인사들이다. 서홍석 부사장, 최재근 전무 등 외부 영입 인사도, 그룹 자회사 대표로 선임된 김주성, 이창배, 김일영씨도 마찬가지다.

이석채 회장은 누구인가. 정통부 장관 출신인 그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주역이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 그의 추진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KT·KTF의 유무선 통합을 일궈냈다.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를 선도했다. 100% 현금결제 등 중소기업 상생정책도 내놓았다. 이른바 `3불` `3행` 등 동반성장 전략도 내놨다. 중소PP와 거래 관행을 깨겠다고도 했다.

진정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는 지적이 여전히 그의 주변을 맴돈다. 진정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실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하부조직이 움직이지 않으니 그들만의 개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부동산 개발과 처분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여전하다. 애플과 구글에 한반도 상륙의 길을 터준 역할론에 반론도 있다.

영입 인사 면면도 그렇다. 검찰, 청와대, 언론, 컨설팅, 다국적기업, 제조 대기업 등 각 분야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다. 언뜻 보면 융합 시대를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과 직간접으로 연이 닿은 사람들이 더 눈에 띈다. 통신기업 KT와 무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충격요법이라고 해야 할까. 능력도 검증 전이다.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인사실험이라고 할 정도로 파격을 감행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KT가 어떤 기업인가. 우리나라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 생태계 중앙에 위치한 대표 기업이다. 그의 혁신 실험이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애초 국민 세금으로 창립한 국민 기업이라는 명분 때문도 아니다. KT에서 평생을 헌신하다 하루아침에 혁신 대상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의 혁신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KT는 국가 성장동력의 바로미터다. 전후방 생태계의 대표적인 중심 기업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 미묘하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혁신시스템이 `내 사람 챙기기`식 마무리 인사라면 곤란하다.

걸리는 게 또 있다. 1~2년 사이 영입한 인사와 기존 KT 인사를 놓고 편 가르기하듯 갈라놓지 말라는 것이다. 파격이 곧 성공이라는 등식은 어디에도 없다.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혹시라도 후속 인사에서 기존 내부 인물을 혁신의 걸림돌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오늘의 KT를 일궈온 주역임은 분명하다. 그의 진정성은 퇴임 이후에 평가받는다. 앞뒤좌우를 냉정하게 돌아보자는 얘기다. 그래야 KT의 진정한 혁신이 완수된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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