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대 바뀌었으면 칼도 바꿔야

Photo Image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하우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SDS의 물류IT 사업 진출이 `전통 산업의 파괴`라고 했다. 아마존 같은 e비즈니스 모델과 편의점 기업 세븐일레븐의 합작이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만들어 내듯 전 산업에 일어나는 파괴 현상을 새로운 모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세계적 물류 기업들과 경쟁 혹은 협력해야 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에 놓였다. 이처럼 전통적 산업의 구조가 깨진다는 것은 경쟁자가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 대상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아직 새 시장과 새 사용자를 상대할 전술과 맷집이 약하다. 예컨대 `하드웨어`로 세계 시장을 누빈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는 단순히 인력 채용과 구호에 그치는 때도 적지 않다.

최근 모바일 오피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IT서비스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에서 동시에 제안을 받은 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모바일 기기 제조 판매업을 해온 대기업의 기업 간(B2B) 모바일 오피스 시장에서 접근법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주면 기기값을 깎아주겠다`는 데 그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B2B 사업을 활성화하는 전자업체와 통신기업이 모두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B2B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통적인 가치 대신 기존 영업 방식과 기준을 적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처럼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 산업의 장기적인 관점이 결여된 사례도 흔하다.

하드웨어 기업뿐만이 아니다. IT서비스 영역으로 진출한 통신회사, 융합·솔루션 영역으로 확대하는 IT서비스 기업도 비슷하다. 대기업 IT서비스 회사들이 하나의 솔루션에 투자하는 평균 연구개발(R&D) 인력 비율은 글로벌 기업보다 최고 100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닌데도 기존 시스템통합(SI) 관점으로 솔루션 사업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관계자는 “체질 변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대담한 투자 없이는 업의 변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새로 떠오른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쟁자 교차 현상이 두드러진다. 새 영역에 맞도록 DNA를 바꾸려는 체질 개선 노력이 많은 기업의 과제다.


유효정 국제부 hjyo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