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소프트웨어(SW) 생산액은 작년 동기 대비 약 6.4% 성장한 2조360억원이었다. 세계 10위 경제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반면에 정보기술(IT) 서비스는 12조3500억원으로 소프트웨어보다 여섯 배 정도 많았다.
글로벌 IT서비스 시장 규모가 SW 시장 규모의 배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산업이 패키지 SW보다 IT서비스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SW산업이 아직까지 시스템통합(SI) 중심이고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역사적으로 SW산업은 제조 및 서비스 발전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W기업이 과거 강력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자랑하던 미국과 독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제조업이 크게 발전한 일본에 내세울 만한 SW기업이 없다는 사실은 좀 아이러니다. 그러나 이는 일본식 기업 지배구조 탓에 대부분의 시스템을 SW 패키지를 사용하지 않고 시스템통합(SI)으로 자체 구축해오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해서 SW를 독립적인 산업으로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따라서 이를 모태로 삼아 앞으로 SW산업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SI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한다면 향후 국내 SW산업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반면에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 SW 시장을 몇 개의 대형 벤더가 장악하고 중소 SW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SW는 다른 산업을 측면 지원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패키지 SW는 물론이고 IT서비스, 임베디드 SW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W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발전이 필수다.
특히 SW의 중요성이 커져 가면서 후방 지원 역할을 하던 SW가 이제는 다른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패키지 SW를 육성하는 것은 우리나라 제조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최근에는 민간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SW산업 육성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행정전산망 시스템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보기술(IT)·조선·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산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가고 있다.
SW 시장은 브랜드에 좌우된다. 따라서 우리 기업도 이제는 국내 시장의 협소함과 시장 구조만 탓할 게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능과 품질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5년 혹은 10년 이상을 들여서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기업 간 합종연횡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 설립, SW 관련 각종 국제기구 참여 등과 같은 보다 전향적인 측면의 접근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 dustinkim@tobe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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