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인천 송도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도시로 최종 선정됐다. 삼정KPMG는 GCF 유치를 위해 정부 활동을 자문·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이번 유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GCF는 향후 2020년까지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장기 재원을 마련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GCF 사무국 유치는 2013년 이후인 포스트 교토 체제와 관련한 국제 협상의 무게중심이 우리나라와 아시아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GCF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이 아이가 커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부모의 합의만 이뤄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GCF에 몇 가지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1000억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이 매년 우리나라에 유입될 수 있으며 한국이 이러한 자금을 직접 관리·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대표적인데 아쉽게도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GCF 이름에 `펀드`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형태는 단순 펀드가 될 수도 있고 여러 펀드의 집합체가 될 수도 있다. 자금은 세계은행이 임시로 3년간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며, 자금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GCF 이사국이 참여하는 이사회의 권한이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유치한 것은 GCF의 행정기관인 사무국이다. 이사회 결정을 실제로 이행하는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사무국 행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GCF 자금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역할에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GCF의 기금 모집 방안과 운영 방식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GCF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립 기반을 마련하고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GCF의 기금 마련 방안이나 운영 방식 정립 등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고 관련 포럼 등을 후원하는 방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GCF에 여러 오해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조건이 GCF 사무국 유치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효과를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기업·지자체 등 추진 주체별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정부는 우리나라를 `녹색성장 리더 국가`에서 `실질적인 메카`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다극화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논의의 흐름을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남미와 동아시아에 기후변화 대응 관련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중국과 오세아니아 지역도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둘째, 기업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해 미래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 GCF 설계 단계에서 공적 자금 비중이 매우 낮게 설정됐기 때문에 향후 자금을 조달할 때 무엇보다 기업 역할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셋째, 인천시는 실질적인 국제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녹색 네트워크 중심지, 장기적으로는 국제 녹색금융 허브로 성장할 경로를 준비할 수 있다.
GCF는 대부분의 기존 환경펀드처럼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오히려 대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떻게 기반을 마련하고 지원하는지 혹은 어떻게 GCF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다가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성우 KPMG 기후변화·지속가능성부문 아·태 대표 sungwookim@kr.kp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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