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목전이다. 역대 정권은 출범 초기에 예외없이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60년 동안 50차례가 넘는 조직개편이 이뤄졌다고 한다. 조직개편이 대통령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빅2`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부서 신설과 복원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 내용을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등을 챙긴다는 명분 아래 하나같이 큰 정부를 지향하는 조직 개편안들이다.
국정과제를 원활하게 풀려면 효율적인 정부조직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개편안이 과연 심사숙고해서 나왔는지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지난 10여년간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5년마다 이합집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니 대한민국 정부조직 개편이 너무 즉흥적이고 자주 이뤄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책은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이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새 정부에 제언하는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 기능을 최고의사결정, 지원통제, 국가질서유지, 경제산업공간, 교육문화복지 5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차기 정부의 국정기조와 국내외 개방과 혁신 환경도 고려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정부조직 변화를 참조하고 구체적인 정부조직 설계 대안까지 제시한 것. 마지막으로 조직개편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하는 대통령인수위원회의 운영방안까지 내놓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알찬 도서다.
그가 제시하는 조직 개편안의 큰 흐름은 세 가지다. 현재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국제적으로 민감하게 움직이는 금융 동향, 에너지가격 변동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 또 국내 정책 기능 수행의 비중을 줄이고 지방정부의 자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복지문화 정책체계를 다져나가야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구체적인 일정 로드맵도 제시했다. 물론 가상이지만 새 정부 출범에 시너지를 내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전제 때문이다. 내년 1월 7일께 조직개편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본회의를 거쳐 1월 29일께에는 개정 공포가 가능하다. 그래야 2월 25일 출범에 1차 개편안을 반영할 수 있다. 그 뒤 정부개혁위원회를 구성해 9월 본회의에 보완한 2차 개편안을 제출한다는 일정이다.
대폭적인 정부조직 개편이 예상되면서 관료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익단체들의 치열한 로비전도 들린다. 정부조직 개편이 전략이나 정치적 실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정부조직 설계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 대안은 상대적인 장단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는 정부조직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큰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지음. 법문사 펴냄. 2만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