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는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 산업입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만 추구해서는 전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습니다.”
조경순 한국외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의 거시적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경제부가 운영하는 `시스템반도체 2015` 사업의 운영위원이자 대한전자공학회 `국제 시스템반도체 설계 콘퍼런스(ISOCC)` 의장이다.
조 교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현재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안한 지위”라고 선을 긋고 “세계 1위인 메모리를 제외하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부단히 높여야만 최소한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술 우위가 핵심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대 난제는 장비나 투자가 아니라 인력이며, 근본 대책은 인력 풀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는 진로에 정부가 개입해 무조건 중소 시스템 반도체 기업에 들어가라고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그보다 잠재 인력 풀을 확대해 그 중 팹리스 기업에 입사하는 학생의 숫자도 늘어나도록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또 “반도체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집중 투자했던 시절에는 전자공학 전공 분야에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지만 이후 지원이 줄면서 학생 유입도 적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7일 폐회한 ISOCC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국제학술대회다. 학계와 산업계 선도 연구자를 위한 설계 포럼으로 올해는 국내외 300여명의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들이 참가해 기술 및 시장정보를 교류했다. 반도체 강국들은 하나쯤 운영하고 있는 국제 대회가 국내에는 없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의 ISCAS`를 목표로 지난 2003년 만들어졌다. ISCAS는 미국이 운영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시스템 반도체 학술대회다.
조 교수는 “(학회가) 9년 전에 비해 참석 인원이나 외국인 참석 비율, 논문 수 등에서 고른 성장이 있었다”며 “학술대회가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세계 1위 진입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6년간 재직한 뒤 한국외대 전자공학과 창립 멤버 교수로 부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