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는 감기가 걸려서 콧물을 흘리는 사람이 나왔다고 묻지도 않고 전체 국민의 코를 틀어먹은 격이죠.”
남영 한양대 기초융합원 교수는 셧다운제를 정부의 `과잉 친절`이라고 정의했다. 남 교수는 “과연 우리 집 애가 게임을 많이 하는데 이게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는 부모가 말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정부가 대응해서는 안 될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가정이나 학교의 신뢰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여기에 많은 부모가 PC나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내주고 관리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일본에서 슈퍼패미컴이나 닌텐도DS가 인기를 끌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은 이유는 온가족이 즐기는 게임, 부모와 아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이란 슬로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모가 자녀에게 게임기를 사주고 자기 시간을 얻을 뿐”이라고 비교했다.
남 교수는 “90년대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을 때 전 국민이 게임에 열광했지만 그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지금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사회가 변했기 때문”이며 “맞벌이 가정이나 역기능 가정의 증가, 경기침체, 실업 등 복잡한 사회 문제로 빚어진 갈등과 부작용이 정부의 무리한 개입과 여론몰이로 논의가 단순화됐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게임이 중독성이 강하고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는 마치 마약을 해외에 많이 수출했다고 격려하면서 국내에서는 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도망갈 곳을 만들어놓고 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 산업, 교육, 기술을 아우르는 여러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주문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만 강조하면 규제밖에 없고 기업은 회피만 한다”며 “자발적인 시민단체가 나서서 의견을 내고, 기업에는 기능성 게임 제작에는 인센티브를 주거나 자발적으로 피로도 시스템을 게임에 도입하면 세금을 감면하는 등 일종의 당근을 주는 회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임사에도 현실과 접목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역사와 연결되는 롤플레잉게임 개발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교육적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역사가 짧은 만큼 사회와 다양한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