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패러다임 변혁과 국제표준 주도의 인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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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익 창출 모델의 패러다임이 1980년대 `연구개발(R&D)`, 1990년대 `특허`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표준`으로 확대 재편되고 있다. 표준화란 `산업에서 부품의 규격을 통일함으로써 호환성을 확보하여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역사적으로도 표준화 주도 세력은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집트는 BC7000년 표준화된 원통 모양의 돌을 무게 단위로 사용했고, 중국의 진시황은 넓은 중국 땅을 통일한 이후 도량형 통일을 최우선 국가과제로 추진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어선 부품의 모듈화로 세계 해양 왕국을 건설했고, 포드는 자동차 부품 표준화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로 자동차 왕국을 건설했다.

최근 세계 시장은 제조업 경쟁 격화라는 새로운 요구에 직면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인쇄전자라는 새로운 기술이 부상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디테크이엑스(IDTechEx)는 세계 인쇄전자 시장이 2020년 550억달러, 2030년 3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2010년 예상했다. 이는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약 30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인쇄전자 산업기술은 전자 부품부터 디스플레이 영역, 신재생에너지 및 바이오 분야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산업기술이다. 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유기조명, 스마트 IT, 전자태그(RFID) 등 다양한 산업기술에 적용할 수 있고, 다양한 소비자 제품 개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이종 기술과 융합 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측돼 향후 우리나라가 인쇄전자 관련 산업기술을 선점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후방 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쇄전자는 소자, 소재, 장비가 융·복합된 기술로 초정밀 인쇄를 위해 잉크, 기판, 장비 등의 요소가 정확하게 어울려야 하고 각 부분 간 통일된 표준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세계 인쇄전자 선도 그룹들을 중심으로 표준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구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표준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그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다. 유럽은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표준회의(IEC)의 의장과 간사국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국제표준 선점 전략에 주력하며 사실상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과 XML 표준화 추진 민간기구인 OASIS 등을 통해 세계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선진국 도약을 위한 틈새 전략 구사로 IT, NT 등 산업 발굴 전략에 따라 네 개 분야 집중 지원과 국가표준화 활동 강화 계획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당당히 이런 국제적 흐름에서 새로운 산업적 패러다임을 주도할 인쇄전자 기술 분야 신규 기술위원회 설립을 제안해 지난해 9월 IEC TC119(인쇄전자기술위원회) 설립을 승인받았고 간사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로써 우리나라 산업 현황을 고려한 국제표준 제정 등 우리 기술의 상용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고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이에 발맞춰 기술표준원은 인쇄전자산업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표준지원 환경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인쇄전자 분야의 기술표준 코디네이터를 선임했다. 또 핵심기술표준 멘토링 시스템 구축, R&D 연계협력을 통한 표준 지식재산권 확보, 국제표준에 따른 인증체계 구축 등으로 이뤄진 5대 추진 전략 구축을 준비 중이다.

수레바퀴, 증기기관차, 반도체 소자의 발명이 인류 문명의 혁신적 발전을 가져왔듯이 인쇄기술로 유연한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쇄전자 기술도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일으킬 것이다. 국제표준 선점으로 대한민국이 그 중심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노진수 지식경제부 국가표준코디네이터 njins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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