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14>`주목(朱木)`이라는 나무가 `주목(注目)`받는 이유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朱木)은 백 년이 되기 전까지는 겨우 10m 안팎 높이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주목처럼 성장 속도가 느린 나무도 드물 것이다. 나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목의 둘레는 일 년에 1㎜ 정도 굵어진다. 백 년 동안 자라도 키는 고작 10m 정도, 둘레는 60㎝ 남짓 자란다고 한다. 그러다 백 년이 되는 시점, 다른 나무들이 늙어 힘을 못 쓰고 고사할 때부터 성장이 빨라진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목이 주변 나무에 비해 백 년 동안 별다른 성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병에 걸렸거나 뭔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주목의 초기 100년은 아마도 전열을 정비하고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적응 기간이자 본격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준비 기간이 아닐까.

그렇게 뒤늦게 자라면서 천 년 이상 생명을 유지해 산정의 제왕이 된다. 그래서 `주목`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것일까.

주목처럼 사람도 처음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주목 대상으로 부각되는 때가 있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으며 세상에 나타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목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주목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오랫동안 남들의 시선이 비켜간 음지나 밑바닥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하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흐름을 탄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중동(靜中動)처럼 조용한 가운데서도 치열한 준비를 거듭하면서 결정적인 때를 기다린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이든 후반전이든 누군가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은 자기 고유의 특유한 역경을 경력으로 바꾼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목(注目)을 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주의(注意)를 집중시킬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차가 다시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듯이 주목도 천 년을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평하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온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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