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 인력유출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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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번호의 전화 한 통. 바다 건너 일본의 한 방송국이었다.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도와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기술 입국으로 평가된 일본이 쇠락한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 중입니다. 일본이 기술자를 양성하거나 보호하는 일에 소홀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직한 기술자의 사연을 찾던 중 전자신문 기사를 접했습니다.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본의 우수 기술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근본 원인을 짚고 싶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기술자들의 `탈(脫)일본` 걱정은 평소 외신에서 전해 듣는 것보다 심각한 듯했다.

우려는 인력 이동에 따른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퇴직자와 전직자 등을 통한 기업의 기술 유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는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 등 약 1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할 만큼 대규모로 진행됐다.

기술자들의 일본 탈출이 이제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이슈가 됐다는 의미다.

일본 인재들의 해외 이동은 사실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산업이 위축되고 특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던 일본 전자 산업이 힘을 잃어서다.

소니는 직원 2000여명을, 파나소닉은 본사 직원 3000∼400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대표적인 전자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한다.

일자리를 잃은 인재들이 인력 시장에 방출되면 어쩔 수 없이 선진 경험이 필요한 해외 업체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기술·노하우 등이 함께 흘러가기 쉽다.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눈을 우리나라로 돌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출 둔화와 내수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실적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건설·조선·철강·IT 등에 실적 악화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는 수백 명의 퇴직 신청자가 몰렸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구조조정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재 유출도 많아질 것이다. 일본이 맞닥뜨린 문제를 우리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감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윤건일 소재부품산업부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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