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8년 동안 개발에 공을 들여온 고성능컴퓨팅(HPC)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 5110P`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이 분야 시장을 선점해온 엔비디아 등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HPC 진영과 정면 승부가 예상된다.
인텔은 13일 60코어 이상 다중통합코어(MIC) 기반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 5110P`를 공개했다.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는 기존 제온 중앙처리장치(CPU)에 추가로 설치하는 보조 프로세서다. 입출력을 위한 병렬구조인터페이스(PCIe) 슬롯에 장착해 활용한다. 60여개 코어 기반 병렬 컴퓨팅을 통해 페타급 컴퓨팅보다 1000배 빠른 엑사급 컴퓨팅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는 1.01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초당 1조번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 320기가바이트(GB)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한다. 물리학 입자충돌 시뮬레이션, 의학 분야 유전체 연구, 금융 기관 신상품 개발 및 분석 등에 적합하다. 기존 인텔 아키텍처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병렬화 프로그래밍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높다.
인텔이 MIC와 병렬컴퓨팅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HPC 분야가 인텔 비즈니스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인텔은 빅데이터와 슈퍼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CPU 성능 증대만으로는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MIC 개발에 착수했다. 엔비디아와 AMD가 GPU를 앞세워 HPC 영역에 먼저 진출한 것도 경쟁 심리로 작용했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마케팅본부 이사는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중에서 HPC 영역은 매년 20%씩 규모가 성장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라며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는 2018년까지 엑사급 컴퓨팅을 달성한다는 인텔 로드맵의 첫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는 이미 시제품으로 제공돼 최근 발표된 세계 탑500 슈퍼컴퓨터 중 7대에 장착됐다. 텍사스 어드밴스드 컴퓨팅 센터(TACC)의 `스템피드` 시스템은 코프로세서를 장착해 2.66페타플롭스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7위에 랭크됐다. 이 외에도 나사 `디스커버` 시스템(417테라플롭스, 52위), 인텔 `인데버` 시스템(379테라플롭스, 57위) 등에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슈퍼컴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 중이다. 지난해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은 ETRI는 `마하` 슈퍼컴퓨팅 시스템에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할 예정으로 연말이면 50테라플롭스 성능의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