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친환경 시장 `에코디자인`이 연다<6회>프로세스 구축과 대중소 협력

전자제품 중소업체 김 사장은 요즘 에코디자인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불필요한 부품 사용을 줄여 원가를 낮췄고 유해물질 제거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 사례를 마케팅에 활용해 기업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3년 전 처음 에코디자인을 도입했을 때에는 별다른 효과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괜히 돈만 쓰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들었다. 이듬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협력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한 후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더니 올해는 눈에 띌 만큼 변화가 생겼다.

[특별기획]친환경 시장 `에코디자인`이 연다<6회>프로세스 구축과 대중소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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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추진 중인 환경친화설계-경영시스템 통합 시범사업의 내용.

◇에코디자인 프로세스, 이렇게 구축해야

김 사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에코디자인 도입은 적절한 프로세스 구축이 뒷받침 돼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전자제품 관련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는 주로 환경친화설계표준(IEC 62430)에 언급된 PDCA(Plan Do Check Action) 사이클을 통해 이뤄진다.

유럽의 에코디자인 전문 컨설팅 업체 인바이런(ENVIRON)은 보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해 세계 여러 기업의 에코디자인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하는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는 △친환경 공급망 구축 △전과정 제품 환경영향 인지와 목표수립, 평가 △부정적 환경영향 저감 △정보전달 총 4단계로 구성된다.

`친환경 공급망 구축`은 에코디자인 도입을 위한 최초 단계로 친환경 부품 공급이 가능한 협력업체와 서비스 제공자를 파악·확보하고 올바른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제한지침(RoHS)II 등 다양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 RoHSII를 통한 EU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부담에 따른 차별화된 관리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제품 전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파악하고 목표를 수립·평가해 이를 문서화 하는 과정이다. 어떤 요인을 고려하느냐에 따라 제품 설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장 뤽 데트레 인텔 기술표준책임자는 “생산자가 고려해야 하는 제품 환경 요소는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기 쉽다”며 “1990년대 초에는 지금처럼 제품 내 유해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아닌 제품의 생분해성이 친환경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0~20년 후 어떤 분야가 집중 조명될 지는 알 수 없다”며 “전자제품 제조 기업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폭넓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단계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줄이는 솔루션을 직접 적용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제품에 최종 적용될 재질·구조가 결정된다.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고 최종 시제품을 통해 목표 달성 정도를 평가한다. 이후 미래 설계 계획에서 고려할 사항을 문서화 한다.

마지막 단계는 1~3단계에서 이뤄진 노력의 결과를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지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친환경 마케팅이 가능하다.

◇`대중소 상생`이 뒷받침 돼야

에코디자인 프로세스 구축으로 얻는 이점은 분명하지만,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중소기업은 도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중소 상생 협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에코랩 인증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에코디자인 프로세스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서로 다른 유해물질 분석시험소의 평가를 인정하고 있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해야 하는 협력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기준에 만족하기 위해 같은 제품으로 여러 분석시험소의 평가를 받아야해 비용부담이 크다.

문제 해결을 위해 KEA는 삼성전자·LG전자와의 협약에 따라 2009년부터 에코랩 인증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KEA가 인증하는 분석시험소에서 평가를 받은 부품은 LG전자와 삼성전자에서 모두 인정을 받을 수 있다.

KEA 관계자는 “유해물질 규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에코랩 정기·사후관리와 인증평가를 통해 분석 데이터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양질의 분석데이터를 확보·유지·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KEA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환경친화설계와 경영시스템의 통합을 위한 시범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대상업체를 선정·진단한 후 경영시스템과 국제환경규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환경친화설계 프로세스 수립을 돕는 사업이다. 기업의 에코디자인 능력 자립을 도모하고 이후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한다는 목표다. 의료용 레이저기기 생산업체 루트로닉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달 말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중소 그린파트너십`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친환경 능력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모기업과 협력업체 간 형성된 공급망을 활용해 모기업은 녹색경영 노하우, 청정생산기술 등을 협력업체에 지원해 환경과 자원고갈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산업의 녹색화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다.

2001~2003년까지 국내외 현황조사를 통해 그린파트너십의 사전기획과 전문가 양성을 추진했으며 2005년까지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당시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SK·포스코·유한킴벌리 등 6개사를 중심으로 1차 협력사 지원을 실시했다. 이후 2008년까지 2, 3차 협력사로 대상을 늘리고 업종을 다양화했으며, 2009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소박스// 비엔나 공대의 `에코디자인플러스`

넓은 의미의 에코디자인은 탄소배출 저감을 포함한다. 최근 탄소배출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4067 제정을 앞두고 전자제품 탄소배출량 산정이 기업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기업은 환경 관련 부서를 별도로 지정해 대응하고 있는 만큼 제품 전과정 탄소배출량 등 환경성 평가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관련 담당자, 노하우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대의 에코디자인 연구소는 에코디자인플러스(eco-design plus)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에코디자인플러스는 제품의 관련 데이터를 그대로 불러 들여 추가로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원자재의 탄소배출 계수를 사용량에 연계한다. 이를 통해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 채취부터 제품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탄소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정한다. 제품개발 시 재질에 대한 정보가 주로 CAD로 작성되는 점을 착안해 CAD와 연계해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도록 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1장의 간략한 보고서와 약 10장의 상세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완제품 가전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반도체나 태양광 모듈, 센서 관련 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박스// `대중소 그린파트너십` 어떤 성과가 있었나

정부의 대중소 그린파트너십은 △모기업의 기술·노하우를 중소협력사에 이전하는 그린파트너십 △중소기업의 에너지·탄소관리기반 구축을 지원하는 탄소파트너십 △공동으로 저탄소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녹색제품파트너십 △동반진출 중소기업의 청정생산 도입과 환경규제 대응력을 높이는 글로벌그린파트너십으로 나눠진다. 2010년 종료된 그린파트너십을 제외한 사업이 지속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08년부터 2010년 5월까지 사업 중 1차연도 사업결과가 명확한 6개 사업을 성공사례로 선정했다. 리바트의 그린파트너십 사례와 현대자동차·유한킴벌리·현대제철·아모레퍼시픽·웅진코웨이의 탄소파트너십 사례다.

6개 사업 추진을 통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연간 54억4000만원으로 분석했다. 환경경영체제 구축, 유해물질 진단 등 리스크 관리 효과를 비용절감액으로 환산한 간접적인 경제효과는 연간 약 615억원으로 평가했다.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3만3288톤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다양한 성공사례가 도출됐다.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무림페이퍼, 한국서부발전, 애경산업, 삼성SDI는 각각 20~40개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올해 2차연도 탄소파트너십 사업을 수행했다.

175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탄소경영체계를 구축했으며 사업종료 후 온실가스·에너지 관리활동의 유지·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온실가스·에너지 관리 실무자도 175명 양성했다.

삼성전기는 2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탄소파트너십 2차연도 사업을 수행해 연간 6923톤의 이산화탄소 저감을 달성했다. 직·간접적인 경제적 성과는 연간 약 25억4000만원으로 집계된다. SK하이닉스는 6703톤, 무림페이퍼는 1만9995톤, 서부발전은 2698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했다.

인바이런(ENVIRON)의 에코디자인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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