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검증서 위조제품 사용으로 지난 5일 정지한 영광원전 5·6호기를 두고 전력당국과 업계가 한숨을 쉬고 있다. 동절기 전력수급기간을 앞두고 정전 모의훈련에서나 가정했던 최악의 상황이 실제 벌어지면서 전력수급에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전력수급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더 이상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도 많지 않아 고민이다.
전력업계는 수치상으로만 따져도 올 겨울 순환정전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총 전력설비규모는 8147만㎾다. 하지만 겨울 최대 전력피크는 이번 여름(7429만㎾) 대비 400만㎾가 늘어난 7800만㎾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든 발전소가 가동을 한다 해도 350만㎾의 예비력에서 위험한 저울질을 해야 할 상황이다.
올 겨울 가동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발전소는 영광원전 5·6호기와 증기발생기 무더기 결함으로 장기 정지에 들어간 울진원전 4호기, 이달 설계수명을 다하는 월성원전 1호기까지 포함해 총 원전 4개다. 설비 규모로 370만㎾가 전체 전력 공급력에서 빠지면서 사실상 겨울철 전력예비력은 마이너스다. 다음달 83만㎾급 오성복합화력과 45만㎾급 인천복합화력이 공급에 나서지만, 이를 계산해도 예비력은 100만㎾ 수준으로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순환정전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단기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하면서 전력당국은 절전규제 등 강도 높은 수요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겨울 실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절전 규제를 재가동한다. 수급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부터는 확대 예산편성으로 수요관리시장을 대거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발전소 고장 유무다. 특히 올해는 고리원전 허위보고 및 납품비리, 보령화력 화재사고 등 대형 발전소들의 가동 중단 일수가 많아 다른 발전소들의 정비 일정이 촉박했다. 여기에 2년전부터 계속되는 동하절기 전력피크로 가동 대비 정비기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설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올해 원전을 포함해 50만㎾ 이상급 주요 발전소의 불시 정지는 10월 기준 총 32건으로 평균 한 달에 3개의 발전소가 고장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에만 원전 4기가 정지하는 등 최근 들어 집중되고 있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발전소 현장 관계자는 “여름은 물론 겨울철에도 풀가동 하면서 설비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정비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를 2년째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4개월 동안 모든 발전소를 고장 없이 돌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우선 사회적 절전 동참 방안과 수요관리 부문에서 단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성택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발전설비 부문에서의 대안은 당장 전력 공급력 기여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 절전 규제, 조업시간 조정 등 지난 겨울에 추진했던 대책을 미리 준비해 효율성을 높이고 관련 기관들과 협조해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겨울 전력수급예상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