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품질 보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원자력발전소에 공급된 사실이 밝혀졌다. 다름 아닌 업계 종사자의 내부고발에 의해서다. 충격이다. 내부고발이 없었으면 언제까지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부품을 썼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오히려 내부고발로 밝혀진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
원전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가동이 멈출 수 있다. 방사성물질 누출 위험이 없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 크고 작은 부품 고장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춘 사례만 아홉 차례다. 여기에 품질 보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집중적으로 들어간 영광원전 5, 6호기가 연말까지 가동을 멈추고 미검증 부품을 전면 교체한다고 한다. 당장 200만㎾의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제 곧 겨울철 전력수급기간에 들어간다. 이미 기상청은 올겨울 혹한을 예보했다. `한두 기쯤`이라고 생각했다가는 블랙아웃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원전은 올해 유난히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른바 짝퉁 부품 논란에서부터 고장사실 은폐, 약물 복용, 잦은 부품 고장으로 인한 가동 중단, 부품 품질 보증서 위조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다 일어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잠재된 문제가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궁금하기까지 하다.
정부와 한수원은 올해 사고 관련자를 문책하고 새 사장을 선임했다. 최근에는 본부장급 임원도 새로 선임하는 등 뼈를 깎는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에 드러난 부품 품질 보증서 위조 건도 쇄신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옛것을 털고 혁신을 하려다 보니 나타난 비리를 도려내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10여년에 걸쳐 벌어진 일이 이제야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은 관리감독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구멍 난 부품 관리 체계의 책임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전은 확실하게 털고 가야 한다. `원전`이라고 하면 `안전`과 `신뢰`가 떠오르는 그날까지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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