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원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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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고개를 숙였다. 원자력 납품비리와 관련해 국민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빌었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환골탈태를 천명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금, 국민은 아직 한수원의 참회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납품비리가 대체로 안전성과 관련한 부품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제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월성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정부는 원전에 이상이 있는데도 멈추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발전 정지가 오히려 큰 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의 말이 그릇된 것은 아니다. 사람 몸도 이상이 있으면 활동이 어렵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원전 정지는 국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충격을 받은 국민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식의 심리적 불안으로 받아들인다.

원전 가동 중단은 2001년부터 지난 8월까지 174건이 발생했다. 원전 고장 정지로 입은 경제적 손실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수원은 원전 고장 정지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안정상태 유지, 방사능 누출 우려 전혀 없음`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민 불안을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발표가 사실이라고 해도 잦은 원전 정지는 한수원이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으로 비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순 속으로 국민을 내몰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한수원 국정감사 상황도 비슷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수원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때마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연거푸 고개 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원자력발전은 관리만 잘되면 좋은 그린에너지임에는 틀림없다.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을 배출하고 핵무기로 전용 가능성이 있지만 철저한 관리가 뒤따르면 지구 온난화와 차세대 에너지원의 대안이 된다. 일부에서 안전성을 들어 원전 폐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하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최소 다섯 배 이상 올리는 것을 감수하면 원전 폐쇄는 가능할 수 있지만 이를 감내할 사회적 합의는 아직도 멀다. 대안 없는 일방적 지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다. 우리가 세계 원전 강국에 올라설 노둣돌 역할을 해주는 에너지다. 결코 놓칠 수 없는 선택임이 분명하다. 안전성과 국민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얻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러려면 한수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자력 정책 업무를 외교부와 교과부, 지경부 등 다양한 부처가 나눠 맡았다. 집중도가 떨어진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지만 안전만을 담당해 한계성이 있다. 안전뿐만 아니라 기술과 산업 등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