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매출이 쑥쑥 늘지 않고 순익도 줄어든다면 주가는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매출성장률이 둔화되고 순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데도 유독 주가만은 꾸준히 오르는 업체가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그렇다. 비밀이 무엇일까.
아마존 경영상황을 수치로 확인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마존 매출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33.6%에서 올해 3분기 26.9%로 눈에 띄게 둔화됐다. 3분기 매출은 138억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139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순익 역시 지난해 4분기 1억7700만달러에서 올해 2분기 700만달러까지 떨어지더니 급기야 3분기에는 적자로 전환, 2억7400만달러 손실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아마존이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3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이후 무려 9년만에 처음이다.
그런데도 아마존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이달 26일 주가는 하루만에 6.8%나 오르며 238.24달러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해 33%나 올랐다. 올 들어 매출 성장세가 둔해지고 순익이 줄어도 주가는 꾸준히 오른 셈이다.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수익에 더 큰 기대를 건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장 수익을 낼 생각이 없다는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 분석기사에서 “아마존을 경쟁사와 구분해주는 가장 큰 특징은 이익을 내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신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추구한 덕분에 15년전 조그만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기업이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엄청나게 싼 가격에 판매하거나 심지어는 손실을 보면서 판다. 대표적인 예가 킨들 파이어다. 베조스 CEO는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킨들 제품군은 아마존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원가에 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패드 마진율이 40%에 달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렇게 파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쟁자를 거꾸러뜨리기 위해서다. 이미 라디오셰이크나 베스트바이가 아마존에 밀려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남동부와 중서부에 200여 매장을 운영하는 가전판매업체 그레그는 아마존 실적발표가 있던 날 주가가 13%나 급락했다.
주주들뿐 아니라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아마존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아툴 배가 라자드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은 단순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위력적인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은 디지털 제품 유통의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마존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플랫폼을 장악하더라도 지금처럼 이익률이 떨어져서는 회사의 존립기반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3분기 아마존 영업이익률은 0.7%에 불과하다. 콜린 길리스 BCG파트너스 연구원은 “아마존은 매출은 많지만 그 많은 배송 비용을 감당하느라 이익이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표] 아마존 분기별 매출 성장률 및 순익 추이
(자료: 아마존)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