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습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합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삽니다.”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말투도 거침없다. 악바리 근성도 엿보인다. 윤송자 씨엘테크 대표(50)의 인상이다. 그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설립 3년 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업체 씨엘테크의 나이다. “아직 멀었다”는 윤 대표의 말처럼 이제 막 걸음을 뗀 신생 회사다.
하지만 그리 가볍지 않다. 지난 2010년 4억원이던 매출이 1년 사이 22억원으로 5배 늘었다. 게다가 전체 매출 중 90%를 해외서 거뒀다.
3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의 벤처 기업이 해외 LED 조명 시장을 두드려 거둔 성과로는 결코 적지 않다.
“일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의 사회 생활에 대해 편견이 남아 있던 90년대 중반. 윤송자 대표는 청음전자에 경력직 과장으로 입사했다.
기혼자, 33세라는 나이, 또 부품 업계 영업직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였다.
더욱이 청음전자는 전화기의 송·수화기 부품(스피커)을 만들던 곳이었다. 제조 기업을 상대해야 했다.
그럼에도 청음전자는 윤 대표에게 기회를 줬다. `여성`이라서 안 된다가 아닌 `능력`을 본 것이다.
청음전자의 납품처가 7시 출근 제도를 운용하던 시절, 그는 새벽 4시에 출근하곤 했다. 그때부터 차를 달려야 납품처가 있는 지방에 7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다. 영업 담당자로 공급처 사람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 때 그렇게 했던 습관이 이어져 지금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6년을 바삐 지내자 승진이란 선물이 따라왔다. 다시 2년 뒤 이번엔 부장으로, 또 2년 뒤 상무를 거쳐, 부사장까지 올랐다. 거침없는 `고속` 승진이었다.
윤 대표는 사주와 친인척도 아니고 외부에서 발탁된 전문 경영인 출신도 아니다. 오로지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좋은 기회를 많이 주셨습니다. 15년을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배려로 관리자 수업과 경영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배움이 저에게는 큽니다.”
청음전자와 그곳의 대표였던 진영안 사장은 그래서 각별하다. 자신을 가르쳐줬고,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진영안 사장이) 창업을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경영자로서 꿈이 있었고 15년간 영업 과장에서 부사장으로 쌓은 경험을 믿고 도전했습니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한 것이 LED 조명 사업, 씨엘테크 설립이다. LED는 청음전자가 신사업으로 준비하던 터라 낯설지 않았다.
회사를 열고 해외로 뛰었다. 청음전자 때 만난 일본의 바이어를 찾아 공급을 타진했다. 작지만 결과가 나타났고 그렇게 사업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호탕한 말투만큼이나 윤 대표는 일에 대한 열정이 확고하다. 또 삶에 대한 태도도 분명했다. 포기란 없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하자다.
그를 보여주는 일화 하나가 있다. 일본에서 계약이 성사됐다. 신생 기업에 꽤 파격적인 규모였다. 그런데 제품을 만들 돈이 없었다. 기회가 허공으로 사라질 순간이었다.
그 때 윤 대표는 바이어에게 50%의 선입금을 부탁했다. 공급도 하지 않고 돈을 먼저 달라는 요구.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바이어는 실제로 돈을 입금했다.
“저 하나를 믿고 줬다 생각합니다. 사람은 설득해서가 아니라 하는 행동이 자신을 보여줍니다. 한 전시장에서 만난 바이어였는데, 10여 차례 미팅을 가지면서 진심을 다했습니다. 그런 모습에 신뢰를 쌓았습니다.”
진정성이 통하면서 양사 관계는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해당 고객사는 현재 수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며 씨엘테크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그에게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경영자로 꿈을 꿀 수 있게 한 청음전자 진영안 대표, 그리고 시어머니다. 인복이고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윤 대표의 시어머니는 든든한 후원자다. 늦은 퇴근에도, 잦은 출장에도 싫은 말 한 번 한 적 없다. 오히려 집안일에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정도다.
묵묵히 지원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윤 대표는 자신의 90%는 시어머니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을 믿고 지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표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나눠주기 위해서다.
“회사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전 직장에서 어떤 차별도 없이 실력으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직원들도 꿈을 꿀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 가족, 지역 사회에서 받은 많은 지원을 저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목표입니다.”
윤 대표는 믿는다고 했다. 진솔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것을. 그래서 상대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솔한 마음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독불장군은 없다”며 “준비하지 않으면, 그리고 실력을 쌓지 않으면 모든 일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조회사 평직원을 거쳐 한 기업체의 경영자가 된 윤송자 대표가 내린 경험이자 성공의 조건이다.
◇경영의 기본은 사람이다: 독불장군은 성공할 수 없다.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된다. 외부의 인적 네트워킹이 잘 돼야 하고 내부에서는 직원과 함께 발전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 남과 같이 생활해선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꿈을 가지고 도전을 해야 한다.
◇준비가 돼야 한다: 부부도 맺어지려면 준비 없이 안 된다. 주기만 하고 받기만 해선 안 된다. 내가 준비가 돼 있을 때 상호 관계가 맺어진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