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노트북 분실에서 얻은 값비싼 교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가방을 잃어버리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노트북까지 함께 분실했다. 몇 가지 문구용품과 서류도 없어졌지만 노트북에는 견줄 바가 아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불난 집에 부채질 격으로 아내에게는 칠칠치 못하다는 핀잔마저 들었다.

노트북 부재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후배들 기사를 다듬고 편집 기자에게 전달하는 기본적 업무가 어려워졌다. 임시변통한 컴퓨터로 간신히 일을 처리했지만 그동안 모아둔 각종 자료와 짬짬이 마련한 기획안이 사라진 공백을 메우기에는 적지 않은 수고가 불가피하다.

기자에게 노트북은 군인의 총이자 화가의 붓이다. 게다가 1년 반 이상 쓴 기간을 감안하면 영점 조정이 제대로 맞는 총이자 손에 잘 익은 붓이다. 노트북을 잃어버린 뒤 하루이틀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데이터 백업 때문이다. 스마트폰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해놨지만 노트북은 사각지대였다. 주소록과 일부 개인적 자료만 클라우드에 보관했다.

전자신문은 매일 최신 정보기술 트렌드를 독자에게 전한다. 그 가운데 데이터 백업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중요성을 강조한 테마다. 정작 전자신문을 만드는 필자는 데이터 백업에 소홀했다. 더욱이 필자가 인터넷 산업을 취재하는 부서의 데스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올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클라우드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 업계의 거인들이 하나 같이 클라우드를 강조한다. 기업에게 클라우드는 비용 절감이라는 큰 효과를 주고 개인에게는 편리함과 안전함을 가져다준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이용자에게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최대 50GB 용량이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평생 업무용 데이터로 충분한 공간이다. 지인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능도 갖췄다. 서버 분산과 암호화로 철저한 안전성도 자랑한다.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회사 주소로 온 이메일을 웹메일 계정에 이중으로 보관한다. 구글 지메일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주소록도 중요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소록을 백업해주는 앱은 네이버와 다음 모두 일찌감치 내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지만 이제라도 개인 클라우드를 잘 사용해보자고 다짐했다. 노트북 분실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먼저 낸 장본인으로서 아직 데이터 백업에 둔감한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최소한 주요 자료와 이메일, 그리고 스마트폰 주소록 백업 정도는 당장 하길 바란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눈물을 머금고 다시 살 수 있지만 데이터는 억만금을 줘도 찾지 못한다. 개인 클라우드와 백업이 뭔지 잘 모르는 독자라면 주저하지 말고 젊은 후배들에게 물어보자.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데이터 분실의 후폭풍은 영원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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