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습니다.`
외산 휴대폰 업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소비자와 통신사가 외면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 `아이폰5`를 제외하면 국내 진출한 외산 휴대폰 업체가 단 한 곳도 올해 신제품을 내놓지 못할 전망이다.
연말 성수기를 앞뒀지만 노키아·소니모바일·리서치인모션·모토로라 등 외산 기업은 신제품 출시 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올 해 한 제품도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는 셈이다.
외산 휴대폰 업체의 몰락은 한국 휴대폰 시장에 국산 제품과 애플 `아이폰` 중심의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외산 휴대폰은 소비자가 외면하면서 통신사가 올해 아예 출시 라인업을 잡지 않은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신사별로 2~3종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이어오던 명맥이 끊길 지경이다.
단말기를 팔기 위해 많게는 출고가의 50%가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국 휴대폰 유통 구조도 외산 업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국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것도 외산 휴대폰 몰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5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됐지만 외산 기업들은 계속 통신사 눈치를 보며 단독 유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가 작은 법인이 자체 유통망을 개척하고 애프터서비스(AS)망을 갖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 지사 역할은 영업과 마케팅인데 신제품 출시를 하지 못하면서 해당 인력 감축에 지사 철수설까지 횡행한 상황이다.
지난 7월 HTC코리아가 철수한데 이어 노키아 생산법인인 노키아TMC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노키아코리아는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소니모바일은 소니코리아와 통합설이 나오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국내에서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리서치인모션코리아 역시 지난해 출시한 `블랙베리 볼드 9900`만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외산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신제품이 나와도 국내 이동통신사는 관심이 전혀 없다”며 “한국서 신제품을 팔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마케팅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데 외국법인 정책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산 업체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 점유율이 70%를 넘는 등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런 현상은 국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은 물론 향후 휴대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