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개인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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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카이스트(KAIST) 총장의 사임 시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서 총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물러나겠다”며 논란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이사회 측은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조기 퇴임 추진에 나설 것이라며 서 총장 주장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서 총장 거취를 둘러싼 또 한 번의 홍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태를 보는 소회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이다. 서 총장은 퇴임을 공식화하며 장문의 기자회견문을 공개했다. 회견문을 꼼꼼히 보면 귀담아야 할 내용이 많다. 카이스트가 정치권·과학기술계 등 특정 집단의 이해에 좌지우지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백번 옳은 말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실적, 인적자원, 재정과 같은 하드파워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소프트파워 문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차기 총장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에서도 카이스트에 대한 서 총장의 애정이 엿보인다. 이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에서는 답답한 마음도 지울 수 없다. 음해, 모략 같은 용어를 쓰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다는 느낌이다. 특정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모양새도 옹색해 보인다. 감정이 섞이다 보니 비록 사실일지라도 거북하게 들린다. 개인 서남표라면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6년 넘게 카이스트를 이끌어온 총장이기 때문이다.

더욱 가슴이 아픈 건 논란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총장 자신에게도 마이너스다. 오히려 카이스트 이미지만 끝없이 추락한다. 주변 시선도 곱지 않다.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면서 교수와 학생의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사회가 맞는지, 총장이 옳은지는 둘째 문제다. 가십성의 진실 게임은 안줏거리는 되지만 사태의 본질일 수 없다. 정작 핵심은 다른 데 있다는 이야기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100년이 넘는 학풍을 자랑하는 글로벌 대학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우뚝 섰다. 과학기술 강국을 이끌며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성장했다. 카이스트가 배출한 인재들은 국내 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모두 주변의 전폭적인 성원과 관심, 교수와 학생의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 총장은 스스로 2006년 7월 총장을 맡은 것이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만들고 고국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개인의 성취에 앞서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하는 사명감이 지금의 카이스트를 만들었다. `개인` 서남표는 성공했지만 `총장` 서남표로서는 실패했다는 오점을 남기지 말기 바란다.


강병준 벤처과학부장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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