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안에 로봇시장을 25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내용을 담은 `로봇 미래전략 비전 2022`를 내놨다. 10년간 3500억원을 투입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평소 같으면 정부가 투입할 3500억원이라는 예산에 관심이 쏠렸을 테다. 10년간 3500억원이면 1년에 350억원을 쓰겠다는 것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로봇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3500억원은 너무 적다는 지적에서부터 적어도 몇 조원은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 만하다.
이번엔 좀 다르다. 정부가 내놓은 전략은 단순히 로봇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로봇산업 정책이 연구개발(R&D)과 개별 산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초점을 로봇 활용과 융합에 초점을 맞춰 선순환형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는 데 맞췄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17일 열린 전경련 과학기술위원회에서 “정부 정책을 업종별 정책에서 융합을 통한 산업 생태계 기반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정책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예산으로 산하기관이나 유관 연구기관, 기업을 줄 세우기 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엔 밥상에 오를 반찬을 사라고 예산을 배분했다면 이젠 반찬이 될 갖가지 재료를 키워서 먹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중요한 산업이니 반드시 많은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생태계를 조성할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을 지원한다.
막연하게 산업 전체를 키우기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직접 발을 담그고 활동하는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정부는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측면에서 선정해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진정한 산업은 수요자가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 갈 때 발전하는 것이다. 정부는 생태계가 삐걱거릴 때 가끔 조정 역할만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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