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송장비인 `캐리어이더넷`이 국산화됐다. SNH라는 중소기업이 3년간 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얻은 값진 성과다.
캐리어이더넷은 올(All) IP 기반의 전송장비다. 음성과 데이터 패킷 통합 관리가 가능해 네트워크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지자체들이 자가망에 외산을 앞다퉈 도입하면서 국부 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통신사도 캐리어이더넷 도입을 앞둔 상황이어서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국산화에 성공한 SNH는 소형(16Gbps)과 중형(48Gbps) 장비를 먼저 시판하고 향후 320Gbps급 대형 장비도 개발할 계획이다.
캐리어이더넷 국산화는 수입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통신사 인프라 투자비도 크게 줄여준다. 국산 제품 가격이 외산보다 50%나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산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경쟁 입찰을 통한 외산 가격의 하락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국산 캐리어이더넷이 아직 현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고객이 안정성을 이유로 외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산 장비 기술 발전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투자비를 투입한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치 산업은 실제 현장에 도입해 시행착오를 거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한다. 주요 고객인 통신사와 지자체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위험을 감수하고 국산 장비를 도입하면서 장비 국산화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결국 이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수입대체 효과로 투자비용을 크게 낮추며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했다. 국산 반도체 장비 기업도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선순환이 이뤄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못 내미는 우리 통신 장비업계도 이제 기회를 잡았다. 통신사와 공공기관이 상생의 묘를 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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