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재개된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AMI의 핵심 부품인 전력선통신(PLC)칩 불량으로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 따르면 지난주 한국전력공사가 AMI 사업자 선정을 위해 성능시험(BMT)을 앞두고 실시한 사전 제품 테스트에서 크레너스의 PLC칩이 불량으로 판정됐다.
AMI 보급사업은 2010년 처음 시작됐으나 당시 젤라인의 PLC칩 독점 공급으로 호환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감사원 지적에 따라 1개 이상의 업체가 전기연구원 시험기준을 통과한 후 사업을 재개토록 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중소업체의 칩 개발 완료까지 1년여를 기다린 끝에 크레너스와 파워챔프의 칩이 시험성적에 통과한 지난달에 사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지난주 한전이 실시한 제품 테스트에서 크레너스의 PLC칩에 불량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2개 중 1개 업체만 사업에 참여하게 돼 사실상 독점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전은 시험방법과 칩 수정 범위 등을 파악해 사업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규정대로 두 업체 모두 시험성적서를 통과했지만 제품 테스트에서는 1개 업체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한전 관계자 “규정대로 성적서 결과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지만 크레너스 칩이 사전 테스트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며 “시험방법 등 실태 조사 중으로 사업 진행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업계는 PLC칩의 검증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실현과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2020년까지 전국 1800만호 저압(일반용·산업용·주택용)고객을 대상으로 AMI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보다 사업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업계 한 사장은 “과거 젤라인 PLC칩 역시 10년 가까이 연구개발 끝에 완벽하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미 50만호에 보급했지만 호환성 등의 불량으로 업계가 많은 고생을 했다”며 “1800만호에 설치 예정인 만큼 보다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12만5000가구에 AMI를 보급할 계획이었으며 한전KDN, LG유플러스, LS산전 등이 크레너스와 파워챔프의 칩을 활용해 입찰에 참여 중으로 알려졌다. 입찰은 AMI용 모뎀 6만7000대와 데이터집합장치(DCU) 3450대 및 브리지(중계장치) 456개 등의 보급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에는 PLC칩 약 7만4000개가 소요된다.
한편, 이날 전경련에서 열린 제7차 과학기술위회원회에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스마트그리드 핵심요소인 스마트미터기 보급사업을 전력구조개편 시 민간으로 넘기는 정책을 심각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다만 기자재와 핵심기술 등의 국산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만큼 조화를 이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