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메모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차세대 메모리는 D램·낸드플래시와 완전히 다른 메모리다. 쉽게 말해 시장 경쟁 룰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미국·유럽·일본·대만이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면, 기회는 출발선이 같은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 있다. 한국도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방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차세대 메모리 개발 국책과제 총괄 책임자인 손현철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4~5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조바심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 교수는 “차세대 메모리는 D램·낸드플래시의 미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판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상황을 보면 손 교수의 우려에 수긍이 간다. 유럽은 IMEC이라는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IMEC은 유럽 최대 나노 기술 연구소로 오랫동안 쌓아온 기초 기술력을 앞세워 차세대 메모리 원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본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로드맵을 갖고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세마텍을 중심으로, 대만도 ITRI라는 기관을 주축으로 각각 원천 기술 확보에 여념이 없다.
그는 “한국이 1위 입지를 확고히 굳힌 메모리 시장에서마저 1위 자리를 뺏긴 다면 반도체 약소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현재 D램과 낸드에서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비한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가 총괄하는 과제는 `차세대 MLC P램과 3차원 Re램의 소자재료 및 집적화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을 일대일로 조성해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한다. P램과 Re램에 활용될 기초 소재부터 연구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주도하지만, 이제 갓 개념 정도나 잡힌 차세대 메모리 선행 연구 개발은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
그는 “2~3년후를 대비하는 연구 개발은 기업 주도로 진행하지만 아직 방향성도 잡히지 않은 선행 연구는 정부가 시동을 걸어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관련 선행 기술을 개발하면서 전문 인력 양성도 병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