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의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기 간 연결과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임베디드 SW의 중요성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SW산업진흥법을 내놓은 것도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SW산업 생태계 조성이 우선되지 않고는 경쟁력을 얘기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SW산업의 핵심은 인력이다. 양질의 SW 인력이 없이는 SW산업 육성을 얘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 산업계는 오랜 기간 SW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SW 개발이 힘들고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주요 대학 전자·컴퓨터공학과 전공자도 줄어들고 있다. 이공계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 빼가기` 논란이나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인력 역량 차이` 공방도 여전하다. 이에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대학 관계자들이 모여 `SW 인력난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 바람직한 정책방향과 개선점을 모색했다. 김도균 지경부 SW산업과장의 `정부의 SW 인력양성 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발표와 토론에는 박범주 삼성전자 첨단기술연수소장,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양왕성 한글과컴퓨터 연구개발본부장, 윤두식 지란지교소프트 보안사업부문장, 이강우 동국대 교수, 이춘성 틸론 경영혁신본부장, 장준호 상명대 교수(가나다 순)가 참여했다. 토론회는 지식경제부 주관, 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정보산업연합회·전자신문 주최로 열렸다.
[주제발표] 정부의 SW 인력양성 현황과 대책 / 김도균 지식경제부 SW산업과장
정부는 소프트웨어(SW)인력난 해소를 위해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재직자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재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관이 협력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SW인력 우대 문화를 확산하는 게 정책의 목표다.
우선, SW마이스터고를 운영해 실력 있는 고등학생이 졸업 전 조기 취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특성화 대학과 대학원도 설립한다. 지난 7월 두 곳을 선정했으며 내년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지원자는 학군사관(ROTC)생과 같이 대학 3·4학년 때 정규 교육과정과 병행해 별도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정규 과정보다 20학점 정도를 더 이수해야 하며 심화 과정을 통해 현장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SW전문인력 양성기관도 지정해 운영한다. 기존 SW 교육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의 적극 동참할 유도할 계획이다. 기업에는 단순한 인력양성 뿐만 아니라 자사에 필요한 인력을 교육해 선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최상위 SW전문가 양성을 위한 SW마에스트로 과정은 더욱 강화한다. 학력과 관계없이 100명을 선발한 후 단계별 심화 과정을 통해 최후 10명을 SW 마에스트로로 인정한다. 이들은 기간에 따라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 등 장학금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PC 등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SW전문가로 구성된 43명의 멘터단도 운영한다.
이외에도 SW융합인력 양성방안 마련, SW직무수행능력표준 개발 등 SW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총 60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기업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어 이 같은 문제 해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패널토론]
◆참석자(가나다 순)
박범주 삼성전자 첨단기술연수소장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양왕성 한글과컴퓨터 연구개발본부장
윤두식 지란지교소프트 보안사업부문장
이강우 동국대학교 교수
이춘성 틸론 경영혁신본부장
장준호 상명대학교 교수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사회=정부에서 SW 인력난 해소를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과 정책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SW 인력난 현황에 대해 일단 중소기업의 얘기를 들어봤으면 한다.
◇이춘성 틸론 경영혁신본부장=중소기업 SW 인력난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근무자가 더 좋은 환경으로 이직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본인 의지보다는 외부 자극에 의해서 이직하는 사례가 많은 게 문제다. 일할 만큼 가르치고 경력을 쌓으면 대기업으로 빠져나간다. 중소기업은 입맛에 맞는 인력 채용도 어려울 뿐더러 써먹을 만한 5년 이상 핵심 인력의 잦은 이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획기적인 정책이 아니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박범주 삼성전자 첨단기술연수소장=자체 SW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SW 교육을 시작해 SW 아키텍처 양성과정, SW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실무역량 위주의 SW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W 드리븐 컴퍼니`를 선언하고 교육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개발능력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디자인, 인문 사회적 역량 등 다양한 능력을 겸비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목표 대비 현 수준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신설하고 있다. 삼성도 현재 고급 수준의 SW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회=대학에서는 SW 인력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얘기들을 풀어내고 개선점을 얘기했으면 한다.
◇이강우 동국대 교수=논문 발표 중심의 교수 평가제가 바뀌어야 한다. 성과를 낼 수 있는 교과과정이 중요한데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논문 몇 편을 발표하는 게 중요하다면 그것도 문제다. 대학생들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인턴십 지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일부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에 더 관심이 높다. 세심한 지원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현상도 있다. 무엇보다도 SW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산학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
◇윤두식 지란지교소프트 보안사업부문장=SW 인력양성의 필요성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핵심은 SW 분야 근무자에게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는지다. 학생들이 졸업 후 취직을 하더라도 기업이 안정성을 갖고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곳이 많지 않다. 국내 SW산업 전망이 점점 암울해지는 이유다. 케이팝이 성공하고 모든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것은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전을 제시해주는 SW기업 성공사례가 필요하다.
◇양왕성 한글과컴퓨터 연구개발본부장=한글과컴퓨터는 인력을 수급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전엔 좋은 인력이 알아서 찾아왔다. 신입사원 입사 경쟁률이 200 대 1을 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입사지원자들을 테스트해보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끼`가 있는 인력이 지원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교육받은 인력이 지원한다.
◇사회=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양왕성=한컴은 그래서 가능성만 보이면 많이 채용하고 이후 교육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입사하면 3개월 정도는 교육만 하고 테스트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3개월 후 평가를 거쳐 실무에 투입한다. 그렇게 하면 제대로 따라오는 인력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 개발뿐만 아니라 품질분석 등 여러 업무를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을 썼다.
개발자들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야 인력난이 해소된다.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에 교육기관과 기업 간 생각이 다른 것이다. 물론 기업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바라겠지만 공부할 분야가 너무 많다 보니 현실적으로 이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또 전체적으로 SW분야 지원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대수준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사회=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SW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맞는 말이다. SW 인력은 양쪽 다 부족하다.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고급인력도 부족하다. 그런데 인력 정책을 수립하면서 생각한 것은 인력을 양성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정 제도로 당장 양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은 제도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목소리가 제대로 된 평가인지, 올바른 교육 프로그램인지 고민이 많다. 인력이 부족하면 해당 인력에 대한 처우가 좋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SW마이스터고를 지정·운영할 계획인데 최초 학생이 졸업하는 시기는 2017년 정도다. 그런데 간혹 어떤 분들은 그런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런 식으로 인력이 많아지면 SW 개발자 몸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다. 실력이 하향평준화된다는 의견,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인력을 양성하는 데 기업이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SW 인력난 문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로 비하하지 말고 산업계 전체가 인력 양성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한 정책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회=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 측면에서 SW 인력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장준호 상명대학교 교수=대학에서도 대부분의 문제점과 그 원인에 동의하고 있다. 많은 부분이 해소됐지만 완벽한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은 전공 역량과 산업체 연계 강화, 멘토링 사업, 인턴십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학이 내세울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 SW 인력난 해소를 위한 활동들이 교수와 대학의 핵심 성과로 잡히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교수의 핵심성과지표는 연구논문과 과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들이 주요 성과로 인정받는 게 필요하다.
10년 전 정부에서 SW 인력 양성을 위해 내놓은 다양한 정책이 2.0 버전이라면 이제 3.0 버전이 있어야 한다. SW 산업에 비전을 갖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기업만을 선호한다. 최근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에 창업해 성공을 거둔 젊은 창업가들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선택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이후 상담 내용이 좀 달라졌다. 어떤 중소기업을 가면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의 상담이 이뤄진다.
하지만 SW인력양성 3.0 시대로 가기 위해서 대학 커리큘럼이나 의식 전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했을 때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강우=장준호 교수의 얘기가 바로 요즘 대학이 생각하는 것이다. 과목 하나를 개설하려면 실습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과 장비, 인력이 필요하다. 결국 돈이 있어야 교육이 되는데 이 점이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대학에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이춘성=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쓸 만한 SW 개발자는 부족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 인력 빼가기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중소 SW기업이 성장하고 SW 분야 지원 학생이 늘어나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매출 1000억원을 넘는 SW회사는 5개도 안 된다. 대부분 영세한 환경에서 힘들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SW 개발도 어렵지만 홍보·판매도 어렵다. 국내 SW회사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판매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은 모든 공공기관이 자국 SW를 도입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SW시장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국내 공공분야에서는 국산 SW회사들이 역차별당하는 사례도 많다. 많은 노력을 들여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획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공공 정보화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아예 외산 제품 이름을 못박아 발주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젊은이들이 SW 공부를 하지 않는다. 과거 많은 IT교육기관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트컴퓨터 하나만 남았다.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SW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국산 SW회사들이 개발한 제품을 제대로 판매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올해 국내 SW회사에 투자한 창업투자회사는 거의 없다.
◇사회=SW인력난과 해소 방안에 대한 산업계, 학계, 정부의 얘기를 들어봤다. 빠른 시일 내에 SW인력난이 해결되고 고급 인력이 많이 배출돼 국내 SW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