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독서, 그리고 인문학

아침에 출근하며 보는 지하철 풍경은 어제나 오늘이나 바뀌지 않는다.

대부분 기도라도 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스마트폰을 쳐다본다. 누군가는 대화를,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또 누군가는 인터넷으로 세상을 본다.

책을 보는 사람이나 신문을 읽는 이도 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흔치 않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얼마 전 유명 전자책 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카카오톡이나 게임하는 시간을 조금 줄여서 책을 봤으면 좋겠다.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훌륭한 인재들이 좋은 책을 많이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한다. 단지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바라는 CEO의 하소연보다 지하철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느끼는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스펙 쌓기와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젊은이나 실적과 성과에 휘둘리는 직장인에게 독서는 여전히 남의 일이다. 그럼에도 꼭 필요하다.

요즘 한창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그 예다. 특히 기업은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환경이 기존 정보산업을 넘어 창조산업 중심으로 바뀌며 효율성 중심의 경영이 가지는 한계를 보았기 때문이다.

싸이의 인기 곡 `강남스타일` 가사처럼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를 원하는 것이다. 특히 CEO에게 인문학이 더 요구되는 것은 그것이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 패러다임의 핵심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제품도 인문학이 바탕이 된 융합의 산물이다. 무미건조한 IT 기기에 인문학이란 양념을 적절히 가미해 지능적이고 감성이 결합된 스마트 기기가 탄생했다.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주겠다고 한 잡스는 생전에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애플이 기업으로서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애플은 변함없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조성묵 편집2부장 csmo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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