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91>귀(貴)와 귀(耳):귀(貴)하게 대접받고 싶으면 귀(耳)를 기울여야 한다

귀를 기울여 남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소리 높여 자기 이야기만 하는 탁월한 언변가보다 상대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거든 먼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듣는다는 것은 상대가 하는 말만 듣는 게 아니라 마음속 소리까지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읽는 것이다.

마음속 소리를 헤아려 잘 듣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의 이면에 숨어 있는 상대의 아픈 마음이 무엇인지는 머리로 생각해서는 잘 들을 수 없다. 비록 내가 직접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어도 가슴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상대가 겪고 있는 아픔을 나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직장암은 본래 직장암(直腸癌)이지만 직장인(職場人)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직장암(職場癌)이다. 암(癌)이라는 한자를 보면 말하고 싶은 입(口)이 세 개나 들어 있다. 그것을 들어주지 않고 산(山)으로 막아버려서 생기는 질병(疾病)이 암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직장(直腸)에 암이 생기는 직장암(直腸癌)이 아니라 직장(職場)에 다니면서 생기는 직장암(職場癌)이 직장인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직장암(職場癌)을 예방하는 방법은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 상대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 요구하는 것은 그냥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봐달라는 것이다. 무슨 해결책을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자신과 공감해달라는 요구다.

사연을 듣고 그가 겪고 있는 아픔을 가슴으로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말하는 사람의 아픔은 해소될 수 있다. 상대에게 `귀(耳)`를 기울이고 `귀(貴)`하게 대접하라! 그것이 결국 나도 귀하게 대접받는 길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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