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반 회사 창업자에게 미국 실리콘밸리는 기회의 땅이다. 우수한 개발자가 모여 있고 엔젤과 벤처 투자자가 수없이 존재한다. 애플·구글·페이스북·트위터·페이팔 등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는 환상을 깨야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송 대표는 “`글로벌` 서비스라고 미국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실험을 거친 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오는 걸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는 미국이 비용이 많이 들고 언어도 잘 안 통하는데다 인맥도 없기 때문. 뒤집어 보면 한국인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세 가지 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또 “소프트웨어 분야가 창업은 쉽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투입되는 비용이 불어나는 게 특징”이라며 “해외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현지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아이디어 제안서 한 장만 보고 투자하는 실리콘밸리 신화도 극소수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송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PC 회사를 창업해 성공한 뒤 엔젤 투자자로 나선 인물이다. 삼보컴퓨터에 재직하다가 미국에 주재원으로 간 뒤 퇴사하고 회사를 만들었다. 창업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상의할 선배도 없이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시작해 일궈낸 창업 산증인이다.
실리콘밸리에 이미 진출하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창업자에게는 “아시아 사람이랑 협력하면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유한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송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5년 정도는 하루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일을 많이 해야 인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개발 실력이 좋고 부지런한 한국인의 기질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 데모데이 참석차 지난달 방한한 송 대표는 국내에서는 동영상 화면 보정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 `아이쿠`에 투자했다.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를 현지 벤처캐피털(VC)에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엔젤투자자와 VC 역할 구분도 명확히 했다. “자금 공급처(LP)에 대해 책임 져야하는 VC와 달리 엔젤은 이사회나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재무제표 열람권만 갖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금 지원과 멘토링을 하며 동반성장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