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준비…NYT, 전직 임원 인용보도
`강력한 추격자의 등장에 위협을 느낀 애플이 특허전을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애플 특허전을 바라보는 대체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애플이 10여년 전부터 특허 함정을 파놓고 후발주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함정을 판 사람은 당연히 고(故) 스티브 잡스다.
뉴욕타임스는 9일 낸시 헤이넨 전 최고법률책임자 등 전직 애플 임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부터 치밀하게 특허전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낸시 헤이넨은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누군가가 어떤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면 반드시 특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그것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나중에 방어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임원은 “첫 번째 아이폰이 나올 무렵인 2006년 애플 임원들은 점점 외부에서 온 특허 법률전문가를 만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면서 “잡스는 임원들을 모아놓고 `아이폰의 모든 것을 특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음성인식검색기술 특허를 획득하는 과정은 애플의 특허 집착을 잘 보여준다. 애플은 2007년 처음으로 이 기술 특허가 거부된 뒤 5년간 10번이나 재도전한 끝에 특허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너무 뻔하다`고 거절되자 기술을 개선하는 대신 수차례 단어나 문장을 바꿔 넣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애플은 이처럼 강력한 특허 무기를 준비하면서 애초부터 특허전 상대자와는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애플 전직 임원은 “협상은 전략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구글 진영은 무조건 적이고 확고한 타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의 한 전직 임원은 “`밀어서 잠금 해제`와 같은 기능은 단순해 보이지만 수백만번의 실험 끝에 탄생한 것”이라면서 “지식재산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도전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애플의 특허 정책을 옹호했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산업에서만 지난 2년간 200억달러의 비용이 특허 소송전과 특허 구매에 사용됐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